컴퓨터 게임 즐기는 北 대학생들… “DOTA, 워크래프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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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a1 게임화면. /사진=TheBaltazarTV 유튜브 캡처

북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외국 컴퓨터 게임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한 탈북민(30대)은 28일 데일리NK와 만나 “외국 게임 프로그램이 들어와 이를 즐기는 대학생들이 많았었다”면서 “나도 주위 사람들도 북한에 있을 때 DOTA 게임을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DOTA는 미국 블리자드사가 만든 ‘워크래프트3(warcraft)’에서 파생된 게임으로 지난 2003년에 처음 외부에 공개됐다. 현재는 대부분 DOTA2를 하고 있으며 DOTA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는 “중국을 통해 각종 게임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구하는 건 아주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식 버전이 아닌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크랙 버전이 USB 등 각종 저장매체에 담겨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북한으로 유입된 게임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북한 청소년들이 USB에 외국산 게임을 저장해 놓고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본지는 북한 청소년 사이에서 GTA5, 피파온라인, 프로젝트 IGI2 등의 게임이 인기가 많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청소년 사이서 외국산 게임 성행…”USB 하나면 쫙 퍼져”)

그는 “DOTA2는 컴퓨터가 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버벅거려 하지 못했다”면서도 “워크래프트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는 그나마 구동이 잘돼 자주 했었다”고 전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유통하는 역사 기반의 실시간 전략게임이다.

이런 게임들은 싱글 플레이보다는 인터넷을 이용해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가 더 인기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플레이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북한 게임 유저들은 근거리통신망(LAN)을 활용해 이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과 컴퓨터 10대 정도를 연결해 함께 게임을 한다”면서 “(랜)선으로 연결하면 인터넷이 없이도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기에 랜선을 연결해 네트워크망을 형성하고 이를 이용해 멀티플레이를 즐긴다는 이야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 나름대로 대안을 찾아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다.

다만 그는 “외국 게임이 대중적으로 많이 퍼져 있지는 않다”면서 “대학생들이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주로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일정 정도의 경제력이 있으면서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대학생 중 일부가 외국 게임을 주로 즐긴다는 말로 풀이된다.

한편, 외국 게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영상물에 비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외국 게임을 하다 들켜도 단속원에게 50불(한화 약 5만 5000원)에서 100불(약 11만 원) 정도 뇌물을 주면 무마할 수 있다”면서 “그러고는 그저 ‘오늘은 돈 잃은 날이네’라며 웃어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속원 역시 뇌물을 받으면 큰 문제로 삼지 않는다”며 “외국 영상물을 보다 단속되면 큰일이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외 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접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북한 당국이 게임은 직접적인 외부정보를 담고 있지 않으며 이용자도 적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