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무기 핵심 리병철 열병식서 권력·존재감 과시…어떤 의미?

리병철 원수 칭호 부여하고 전략군 기술부사령관 이례적 상장 진급까지…핵·미사일 전력화 의지 반영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위원장 양옆으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왼쪽)이 자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전략무기 개발의 핵심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그에게 군 최고위 계급인 원수 칭호가 부여되고, 지난 10일 진행된 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을 통해서도 달라진 위상이 확인되면서 명실공히 실세 중에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리병철의 약진은 어려운 경제적 조건에서도 군수공업 발전을 통한 전략무기 완성 및 실전배치라는 당의 정책적 노선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자, 핵·미사일을 앞세운 자위적 국방력 강화 목표를 재차 강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2일 리병철의 승진 가도와 관련해 “그는 올해 인민경제의 극심한 부진에도 군수공업 분야의 계획지표를 모두 달성한 것에 대한 평가와 전략무기 연구, 개발, 실전배치에 관한 전반적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리병철은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열병식 영상에서 시종일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옆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그는 열병식을 전면에서 지휘하고 김 위원장에게 최종 준비 보고를 하는가 하면 열병식 도중 김 위원장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귓속말을 하기도 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실 리병철의 권력 상승은 지난해 말부터 두드러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사흘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당의 핵심인 정치국 위원에 보선됐으며, 당 부위원장과 당 부장에도 임명된 바 있다.

이어 지난 8월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올라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최근 당 창건일(10월 10일)을 앞두고 열린 당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에서는 차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수 칭호를 받는 ‘초고속’ 진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앞으로 더 많은 핵미사일 연구와 생산으로 전력화를 다그치라는 당중앙의 믿음에 따라 리병철에게는 군수공업과 핵 병진이 우리 당의 기둥 노선이라는 불굴의 의지를 지속해서 창조적으로 집행하라는 임무가 부여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리병철이 이끄는 당 군수공업부의 부부장이자 전략군 기술부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김정식의 상장 진급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은 지난 5일 김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진급한 군 주요 간부 4명 중 한 명이다.

소식통은 “김정식의 성과는 전략군 부대들을 확장·증강하고 전력화된 무기, 특히 TEL 이동식 로케트들을 지형적 특성에 맞게 부대들에 실전 배치하도록 기술적으로 지도함으로써 전략군 사령부의 전투력과 싸움준비 완성에 이바지한 것”이라며 “그를 승진시킨 것은 전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전략군을 앞세워 고도의 전략무기들을 다양하게 개발 완성해 전력화하겠다는 당의 드팀없는 의지를 반영한 표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정식은 전략무기를 연구·개발하는 국방과학원과 무기생산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의 공정 실무적 지도를 맡아 병기심사 전력화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중앙당 군수공업부로 출근하면서도 전략군 기술부사령관이라는 군 직책을 겸하고 있어 그에게도 군사칭호가 부여돼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소식통은 “그보다 윗급인 전략군 사령관 김정길의 계급도 상장”이라며 “직무에 따른 편제 군사칭호로 보면 원래 전략군 기술부사령관은 중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정식에게 전략군사령관과 동등한 상장을 달아준 것은 정상적인 간부사업(인사)에 미뤄볼 때 굉장히 특이한 일로 관례를 깬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리병철과 김정식의 파격적인 진급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연구, 개발, 실전배치를 통한 현대전 대비라는 당의 군사 정책적 노선을 더욱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탱크를 타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밖에 소식통은 리병철과 함께 원수 칭호가 부여된 박정천의 진급에 대해서도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무력 총참모장이 최고사령관과 같은 군 계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올해 초부터 포병 및 인민군 전반 부대들에 대한 최고사령관의 검열 대항훈련에서 전체 부대들의 싸움준비가 최고사령부의 기준에 도달한 데 대한 평가에 따른 승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박정천은 지난 5월 차수 계급에 오른 지 5개월 만에 원수 칭호를 받았다. 이를 두고 현재 일각에서는 태풍피해 복구 전면에 나선 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차원에서 군을 이끄는 수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 역시 “선군이라는 시대어가 사라진 상태에서 조국보위도 사회주의 건설도 피해복구도 다 인민군대에 맡겨 부담을 주는 정치방식을 지속 집행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런 면에서 박정천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한 것은 인민군대가 복구현장에서 새기적 새혁신을 창조해 인민생활 안정과 경제복구를 힘차게 추동하도록 하는 계기점이기도 하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