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年 북한 신년사, 김정은 전략 不在 드러내”

북한 김정은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육성으로 발표한 2014년 신년사는 농업을 통한 경제 발전 등 인민애(愛)를 부각하고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자화자찬식 구호만 난무하고 내년 국정 운영에서의 치적 사업만을 강조하는 등 구체적 방향 제시는 없다.


이번 신년사에는 반당·반혁명 혐의로 장성택을 처형한 것을 지난해 평가 중 가장 첫 번째로 배치, 종파 투쟁을 최대 성과물로 선정했다. 집권 3년 차로 들어서는 김정은 정권이 1인 지배체계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신년사에 “당 안에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당의 두리에 굳게 뭉쳐” 등을 언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체제에 도전하려는 세력을 과감히 제거하고 김정은 중심으로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볼 땐 김정은 체계에 대한 리더십 확보가 당장의 급선무라는 점을 볼 수 있고 체제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년사는 지난해 국정 과제를 실용위성 발사 성공에 따른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강조한 지난해와는 달리 ‘농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 뒤로 ‘건설’과 ‘과학기술’을 내세워 농업 발전을 통한 인민경제 문제 해결이라는 친(親) 인민적 지도자를 부각하고 건설·과학을 자신의 치적 사업으로 내세울 것임을 내비쳤다.


이어 금속·화학, 전력·석탄, 경공업, 수산, 자원 등의 부분을 언급, 이 부분에서도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비중이 전력·석탄 등 에너지 분야 개선을 통한 건설·과학 분야 발전이 아닌 우상화 과제를 먼저 제시했다는 점은 2014년에도 실용적인 측면은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분야별 과업 중에서 ‘절약’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지난해 3차 핵실험 등 각종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및 마식령·물놀이장 등 무리한 건설로 외화를 탕진했다는 점에서 이를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 해결하자는 김일성 식 구호를 따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년사에는 북한이 그동안 강조해 오던 ‘강성국가’ ‘선군’ 용어 사용은 각각 지난해 12회, 7회와 비교해 8회, 3회로 줄었다. ‘병진노선’도 1회만 언급됐다. 핵실험 성공에 따른 자신감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신년사는 남북관계·통일에 대한 부분도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됐다. 통일 부분에서는 “자주 원칙”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했고, 남북관계는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다”며 다소 유화적인 발언이 많았다.


이는 지난해 “통일을 위해 북과 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그대로 반복한 수준으로 향후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남한 정부에 전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년사는 미래에 대한 전략의 부재와 경험이 미천한 김정은의 수준에 따라 ‘알맹이’가 없는 것에 불과하다고 총평했다. 신년사 작성을 직접 지도해야 할 ‘수령’이라는 존재가 이제 막 3년 차로 접어든 김정은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부재를 드러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농업을 통한 인민경제 발전은 내각 회의를 통해 나왔던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고 행동 개선 없는 남북 관계 개선 강조는 특별히 다른 때와 비교해 의미가 있는 제스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외적으로 대미 관계 개선도 언급되지 않았는데, 종합적으로 볼 때 신년사는 평이한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현재의 상황에서 김정은이 주민들의 식량 사정 등 경제 부분에 역점을 두면서 체계 안정화에 힘쓰겠다는 것만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한 대북 전문가도 “중국의 눈치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하지 않았고 남북관계 개선 언급은 현재 장성택 처형이 중국과 경제 건설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개발구 등을 통한 경제 건설이 시급한 김정은 체제가 비전 없는 신년사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신년사를 통해 현재 수령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은의 지도자 안목과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