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김정철 후계자 가능성 높아”

북한의 정권수립 60주년(9·9절)을 맞아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은 ‘3대(代) 세습’ 성공 여부가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김일성이 62세인 1974년에 김정일에 대한 권력세습을 공식화했던 점과 비교해 볼 때 올해 66세인 김정일의 후계자 선정은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의 건강 악화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면서, 후계 지명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뇨병과 심장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은 최근 공개된 모습에서도 다리를 저는 등 노쇠의 증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정일의 아들로는 영화배우 출신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37)과 평양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의 고영희(2004년 5월 사망)에게서 태어난 정철(27)과 정운(25)이 있다.

‘부자(父子) 세습’과 관련해서는 김정일의 실제 부인 역할을 하는 김옥과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차남인 김정철을 후계자로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거나, 김정남이 비록 해외를 떠돌지만 중국 등의 후원을 업고 국내에 복귀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무성하다.

그러나 3대 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와 북한 내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과 김정일의 아들 중 현재까지 뚜렷하게 후계자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 없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권력세습 문제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의 후계문제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3대 부자 세습’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지만, 부자세습이 이루어질 경우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는 차남인 김정철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습체제에 대해 국제적인 여론이 비우호적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3대 세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어 “김정일의 아들들은 현재 북한의 위기를 타개할 만한 능력이 없다”며 “대신에 군부 출신 중에 제3자를 내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김정일의 갑작스런 유고시에도 3대 권력세습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일의 아들이 아닌 제3자가 권력을 잡으려고 한다면 권력 쟁탈 과정을 겪으며 내부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권력 엘리트들도 잘 알고 있다”며 “김정일의 아들을 최고지도자 위치에 올려놓고 자신들의 현재 기득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도 “북한인민들 사이에서 3대 세습에 대한 거부감은 있겠지만 알다시피 북한체제가 인민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체제가 아니다”며 “김정일이 3대 세습 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김정일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차남인 정철을 꼽는 이유로는 ‘장남인 김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고, 신비감을 유지하고 있는 점’(전현준), ‘국제감각이 있고 온건한 성격이라는 점’(이기동)’, ‘조직지도부에 근무하며 실제 후계 수업을 받고 있다는 점’(정성장) 등이 제기됐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모두 2012년에 김정일이 권력 승계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2년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고, 김정일의 나이도 70세가 된다. 북한의 경우 각종 기념일의 5주년이나 10주년이 되는 해를 ‘꺽어지는 해(정주년)’라 부르며 성대하게 기념한다. 또한 북한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후계 구도 성립을 위해 북한 내에서 권력 암투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일의 절대적인 권력과 통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측근들의 경우 후계자와 관련한 섣부른 논의는 시도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기동 실장은 “북한에서는 고양이(김정일) 목에 방울(후계자 논의)을 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김정일이 후계 논의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에, 후계 문제와 관련한 논의나 세력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실장도 “고위 간부들도 김정일의 눈치를 보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 김정일이 아들에게 보이는 관심도에 따라 거기에 맞춰서 행동할 뿐, 나서서 앞장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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