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방북 이력있는 한국민, 美 ‘무비자’ 입국 제한

2011년 이래 통일부 방북 승인 인원 3만 7000여명…미 대사관에 따로 비자 신청해야

주한미국대사관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에 성조기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연합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이력이 있으면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이 제한된다. 그동안은 전자여행허가제(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ESTA)를 통해 비자 없이 미국을 찾을 수 있었지만, 최근 8년 사이 방북한 적이 있다면 따로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게 되는 셈이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부터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는 여행객에 대해 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6일 밝혔다.

ESTA는 비자면제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 VWP)에 가입한 국가의 국민이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별도의 서류심사와 인터뷰 없이 간편하게 입국 승인을 받아 무비자로 최대 90일간 머물 수 있게 한 전자여행승인제도다.

그러나 2011년 3월 1일 이래 방북 이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앞으로는 따로 미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미국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영어로 인터뷰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에 이뤄진 각종 교류·협력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북한 땅을 밟았던 국민들이 불편을 겪게되는 것이다.

미국 측은 이번 조치가 테러지원국 등을 방문한 자에 대해 VWP 적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내법(비자면제 프로그램 개선 및 테러리스트 이동방지법) 준수를 위한 기술적·행정적 절차이며, 한국을 비롯한 38개 VWP 가입국 국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미국 정부는 2016년 시행된 국내법에 따라 이란·이라크·수단·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 등 7개 국가와 지난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자에 대해 ESTA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으나,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뒤 귀국해 6일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바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ESTA 발급 제한 대상이 되는 국민은 3만 7000여 명이다. 이는 2011년 3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은 인원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가 방북 승인을 받은 국민의 실제 북한 입국 여부까지 파악하지는 않고 있어, 미국 정부의 ESTA 발급 제한 대상 인원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정부의 방북 승인을 받아놓고도 개인적인 사정이나 북측의 입장에 따라 방북하지 않거나 못한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18년 8월 20일 남측 이산가족상봉단을 태운 버스가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통신취재단

특히 정부는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국민의 방북 여부를 확인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방북자 명단을 통보했거나 통보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미국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거듭 “미국 쪽에서 그런(방북자 명단 통보) 요청은 없다”면서도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당연히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국내법령에 따라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관련해서 미국을 설득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미국의 법 절차 집행에 관한 부분”이라면서 “다만 미국을 방문하는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미측과) 계속 협의해나가겠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이 당국자는 향후 이산가족 상봉 등 방북 행사에 참여하는 국민에게 이 같은 미측의 조치를 공지하거나 설명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관련부서와 협의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한달 전께 우리 정부에 이 같은 방침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그동안 정부는 국민이 겪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하며 미측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 불편 최소화 차원에서 미측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VWP 적용이 제한되는 국민 중 긴급히 미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긴급예약신청’ 등을 활용해 신속한 비자 발급이 가능하도록 주한 미국대사관 측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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