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 北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가?

현재 북한 당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량외교에 적극 나서는 한편 내부 식량 공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군량미 헌납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까지 찾아가 식량을 구걸하는 모습에 식량확보에 비상이 걸린 배경이 무언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WFP는 지난 3월 24일 2010년 북한이 생산한 식량의 총량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425만 톤으로 추정, 보고했다. 국제사회는 북에 필요한 생산량을 정곡 기준 535만 톤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110만 톤이 부족하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WFP는 북한에 43만 톤의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 당국은 주민과 각급 기관을 대상으로 군량미 헌납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18일 국가정보원 보고). 일정량의 식량을 군에 바치면 휴가를 주는 조치도 유행하고 있다.(본지 4월 15일 보도).


북한 당국이 이처럼 식량 확보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다른 데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지난해 북한 식량 생산량은 511만 톤으로 2009년에 비해 오히려 19만 톤이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지난해 식량 작황은 예년보다 플러스 마이너스 몇 만t 수준으로, 특별히 작황이 나빠져 그것 때문에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렵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를 찾아다니며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무조건 쌀로만 달라고 하는데 다른 지원은 아예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인도적 배경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내년 강성대국 문을 여는 해에 주민 공급을 강화하는 시혜조치를 베풀고 군량미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식량 지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 식량 공급 능력 실제 감소한 듯=북한 당국이 지난해 예년과 비슷한 곡물 생산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지만 배급 능력은 실제 감소하고 있다는 정황이 목격되고 있다. 곡물 생산량은 일정한데 창고는 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특별공급 대상인 평양시에 대한 배급도 3월부터 멈췄다. 일각에선 북한이 올해부터 평양시를 축소하는 행정구역 개편 조치를 취한 것도 특별공급 대상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보장됐던 군(軍) 하전사에 대한 배급도 줄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작년부터 1일 배급량이 550g으로 줄었고, 그나마 강냉이가 보급되고 있다. 하루 한 끼는 외부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북한 당국의 식량 저장고가 감소한 데는 ‘식량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한국 정부(매년 40만톤 가량 지원)와 민간단체의 지원이 수년째 중단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시장 쌀값이 하락할 정도로 공급이 안정화 돼있는데도, 북한 당국은 공급능력이 감소하는 일종의 식량 체계의 ‘이원화 현상’이 가속화 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상당수 농장들이 당국에 생산량을 축소 보고하고 일부 식량을 빼돌려 시장에 팔면서 다음해 농사에 필요한 자재와 비료를 구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식량생산량을 과장 보고했지만 최근에는 식량 생산량을 축소 보고해 여분의 식량을 자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농장원들이 농장 식량을 도둑질하고 식량중간 운송 과정에서 상당분의 식량이 새어 나가고 있다. 또한 각 지방과 평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의 횡령이 저질러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의 창고로 들어가야 할 식량들이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실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굶고 있는가?=북한은 1997년부터 일반 주민들에 대한 식량 배급을 중단했다. 배급제 붕괴 후 사람들의 자가 재배 혹은 시장교환을 통해 식량을 구해왔다. 북한 식량가격은 주민들의 식량 접근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는 예년 수준의 식량이 유통되고 있다. 식량 가격도 하향 안정세다. 현재 평양 시장에선 kg당 쌀 가격이 1500원대까지 내려갔다. 쌀 가격은 지난달 2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옥수수의 수요량도 늘었지만 가격은 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가격 하락은 일단 환율 안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북한의 환율은 중국 인민폐 기준으로 올해 1월 1위안(元)당 520원까지 나가다가 현재는 4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소 부원장은 “환율이 안정되면 식량가격이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로써 주민들의 식량수급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정작 식량 거래는 생각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은 주민들의 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평양 소식통은 18일 “장마당에서 물품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丹東)의 무역상도 “전반적으로 쌀을 비롯해 모든 물품의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사는 사람이 없다. 팔려는 사람만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장이 불황인 원인은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정광민 박사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화폐개혁은 사실상 주민들의 자산을 거의 몰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져 시장에 식량은 있지만 풍족하게 사서 먹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폐개혁 당시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바꿔주면서 상한액을 10만원으로 한정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장사꾼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대다수 주민들이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자본 축적’을 한순간에 허무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만 지난해 이맘 때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았던 것은 화폐개혁 이전인 11월에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북한 생활상의 특징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폐개혁 이후의 구매력 하락은 취약계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경우 하루 세끼를 모두 먹는 사람이 85%, 두 끼 먹는 사람은 15%정도 된다. 두 끼를 먹는 사람들은 쌀과 옥수수밥, 국수와 죽을 번갈아 먹는다. 평성시는 비교적 부유한 도시에 속하며 농촌은 이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하루에 두 끼도 못 먹는 이들이 북한에서 극빈층에 해당한다. 


장사 대금조차 없는 이들 극빈층의 경우엔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도, 그렇다고 국가의 배급도 기대하기 어려워 일용 노동이나 산나물 채취, 유랑 걸식, 도둑질 등으로 목숨만 연명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1990년대 중반 대아사 시기를 견뎌낸 수완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굶어 죽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주민들의 설명이다. 신의주 소식통은 “미(未)공급 세월이 주민들로 하여금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했기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북한 내 영양실조에 의한 사망자를 3천∼1만 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 2400만(유엔인구활동기금 2008년 발표)의 0.013~0.042%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극빈국가에서의 영양실조에 의한 평균 사망률과 비슷하거나 약간 넘어선 상황으로 볼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영양실조에 의한 사망자는 2008년 한해 145명으로 보고됐다).   


19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에는 사망자가 최대 200~300만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구 2700만 대비 10% 정도에 해당한다. 


권태진 부원장은 “북한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30만 톤가량의 식량을 수입했고 여기에 외부 지원량을 합치면 475~485만 톤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대아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기아 상태로 치달을 수 있는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위한 선택적인 지원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