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0 국방백서’에 ‘북한=주적’ 표현을 명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선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등으로 주적(主敵) 개념 부활이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19일 국방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발간 예정인 새 국방백서 초안에 ‘북한=주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예년 수준으로 기술됐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 주적 개념을 2010년 국방백서에 명시할지를 두고 군 안팎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란 것을 다 아는 상황에서 굳이 주적 개념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표현해 주적이란 표현만 안 썼을 뿐이지 사실상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정부 관계자가 “주적 개념은 당연히 부활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주적으로 보는 개념을 부활하는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한바 있어 국방백서에 ‘북한=주적’ 표현이 재등장 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는 쌀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간 인도적 협력이 논의되고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천안함 피격사건 직후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주적개념을 부활할 경우 대화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읽혀진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남북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는 북한 비핵화에 있다”며 “북한이 신뢰를 통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때 ‘협상파트너로서 보겠다’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백서에 ‘북한=주적’ 표현이 있을 경우 남북간 협상테이블에서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대외적으로 ‘주적=북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더라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군 장병들에게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북한=주적’ 표현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나온 북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여파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