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북중정상회담서 中유휴지 경작 합의”

2010년 8월 북한 김정일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창춘(長春)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헤이룽장(黑龍江)성 소재 수십만 정보의 유휴지(遊休地)를 북한이 직접 경작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김정은이 현재 이를 시행에 옮기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김정일 생전에 이에 대한 사업이 추진돼 도당 간부들에게 전달됐으나 그의 사망으로 일시 중단됐다”면서 “최근 들어 김정은이 농장 운영 및 농업노동자 파견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당시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헤이룽장성의 수십만 정보에 달하는 유휴지를 북한에 장기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북한은 농업 생산에 필요한 일체의 인력과 비용을 조달하는 방안에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룽장성은 중국의 대북 지원쌀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김정일은 앞선 4월 방문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청하자 중국이 고심 끝에 헤이룽장성 유휴지 임대 계획을 마련했고, 8월 김정일 방중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헤이룽장성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유휴 토지를 국가가 강제로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김정일이 김일성 혁명 사적지를 주요 방문 코스로 삼은 것에 대해 44년 만에 개최되는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헤이룽장성의 농지 개발 협의가 핵심이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시 김정일은 헤이룽장성 하얼빈 등을 방문해 지빙쉬안(吉炳軒) 당서기를 비롯해 주요 간부들을 면담했다. 김정일 중국 방문 한달 뒤인 9월에는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가 이끄는 북한 11개 도 시당 책임비서들이 헤이룽장성 등을 시찰했는데 이 당시에도 북한의 농지 임차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반적으로 농경지 1정보에서 약 6~7t의 쌀을 생산한다고 감안할 때 중국이 20만 정보의 유휴지를 제공하면 약 120~140만t의 쌀을 수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김정은이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과 인력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김정은은 그동안 세 편의 노작(勞作) 중 두 편에서 먹는 문제를 강조했다. 더불어 자신의 첫 경제개혁 조치인 6·28방침을 내부에 공표한 상태며 주민들에게 ‘경제개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초기 운영 비용과 대규모 인력 관리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


헤이룽장성은 곡창지대로 유명하지만 지력이 떨어져 충분한 비료 공급이 생산량 결정의 관건이다. 중국은 구체적으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지목해 여기서 생산된 비료를 헤이룽장성 유휴지에 사용할 것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생산량이 저조할 경우 그 부담을 중국이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룽장성 농업 환경=헤이룽장성은 토지가 비옥하며 땅은 넓고 사람이 적다. 이곳은 줄곧 중국의 중요한 식량 생산 지대였는데 옥수수, 수수, 노란 콩이 주요한 식량이다. 또한 북쪽의 대면적 황무지 농장의 건설로 이곳은 ‘북방의 거대한 곡창'(北大倉)이라고 불릴 만큼 중국의 대표적 농업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지력이 다소 떨어져서 차츰 목축업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각 연하평야에서는 또한 고품질의 동북 쌀을 생산한다. 동북평원농업의 기계화 정도는 매우 높아서 사탕무, 야마의 생산량은 중국 각 성의 제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