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北 내부’ 핵심 관찰 포인트 5가지

전문가라면 이미 눈치 챘겠지만 올해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정말 ‘가난한’ 내용이었다. 눈여겨 볼 대목이 거의 없었다.

공동사설에 등장한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두고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그것은 하나마나 당연한 말이다. ‘조선반도 비핵화’가 그동안 북한이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 해온 논리라는 것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지대화’(nuclear freezone)를 형식 논리로 하여 ‘북미 핵군축 협상- 북미 평화협정 및 주한미군 철수-북미 수교’의 코스를 한번 밟아보자는 것이다.

이같은 형식 논리를 뼈대로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인정을 받고 주한미군 철수로 가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전혀 새로운 표현이 아니다.

김정일은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든, 않든 그런 방향으로 핵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또 군사전략의 정보화·첨단화·경량화의 세계적 추세에서 지상군 중심의 주한미군 철수가 과거처럼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앵무새처럼 되뇌인다.

이같은 북한의 대남 전략은 그 실현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또 내부적으로는 이미 포기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수정이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북한 정권의 ‘존립 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안기부(국가정보원) 폐지 등의 구호를 빼버린 북한정권을 한번 상상해보라. 그것은 흔한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 게 없다. 또 그런 구호를 빼고나면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한반도 북쪽에서 존립할 수 있는 근거도 미약해질 뿐이다.

“드디어 ‘이상사회’ 문어구에 들어서게 됐다”라니?

원래 신년공동사설의 목적은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propaganda)이다. 좋은 말로 하면 ‘대내 결속용’이고 상당부분 對주민 ‘거짓말 교양강좌’라고 할 수 있다. 비율로 보면 80% 이상이 북한주민 대상이고, 20% 정도가 중국, 미국 및 남한을 의식한다.

그동안 공동사설은 비록 말뿐이지만 그래도 주민들에게 일말의 ‘거품 희망’이라도 제공해 왔다. 1998년 강성대국론이 처음 나왔을 때 아무도 북한이 진짜로 강성대국이 될 거라고 믿지 않았지만, ‘강성대국’(强盛大國)이라는 새로운 조어(造語) 때문에 그나마 ‘신선함’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동사설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내용뿐이다. 물론 최근 4~5년 동안 이같은 맥빠진 신년사가 지속돼 오긴 했다. 하지만 이번 공동사설처럼 이렇게 맹탕은 처음이다. 오죽하면 데일리NK의 신년사 분석팀에서 “이거, 김정일에게 진짜 결재받은 거 맞아?”라는 농담까지 나왔겠는가?

얼마나 할 말이 없었으면 거의 격년에 한번꼴로 등장해온 ‘천리마운동’을 또 꺼내서 “우리 인민은 드디어 오랜 세월 갈망하던 이상사회의 문어구(입구)에 들어서게 됐다”고까지 거짓말을 했을까? 이미 40년도 더 지난 천리마 운동을 하면 ‘이상 사회’가 온다니…. 망해가는 집 내다 팔게 없으니 부지깽이도 판다는, 김정일 정권의 벌거벗은 모습이 다 드러난 신년사였다.

이번 공동사설에서 그나마 목청을 높인 대목은 한국정부에 대한 ‘짜증’이었다. 한국정부를 가리켜 ‘파쇼독재’라는 표현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그외에는 6.15를 실천하면, 다시 말해 ‘퍼주기’를 계속하면 ‘우리 편’, 그게 아니면 ‘나쁜 놈’ 식의 단순한 논리였다.

그러면서 “남조선 인민들은 자주, 민주, 통일의 구호를 들고 사대매국적인 보수당국의 파쇼통치를 쓸어버리며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며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잔머리도 잊지 않았다.

압축해서 말하면, 이번 공동사설을 통해 2009년 북한의 대외, 대남전략을 유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지금까지 해온 대외전략의 연장선에서 북한의 대외, 대남전략을 전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상사회’ 운운할 정도로 對주민 사기(詐欺)의 농도가 더 심각해진 만큼, 아무래도 북한문제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은 2009 한해 동안 북한 내부를 잘 관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 내부를 관찰하는 데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체제와 김정일 정권의 기본특징을 정확히 이해한 기초 위에서, 주민들 의식(요구)의 변화, 시장을 비롯한 먹고사는 방식에서의 변화, 사상・정치・군사・제도 시스템・권력내부 및 개인 김정일을 둘러싼 변화들을 살피면서 종합적으로 북한체제의 내구력(耐久力)을 판단하는 것이다. 판단 능력의 수준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아는 만큼 판단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1)사상・정치 2) 경제 3)군사 4)제도・시스템 5)권력내부 분야로 나눠서 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항목들만 제시해본다.

1) 사상・정치 분야=김일성・김정일・노동당에 대한 주민 신뢰도, 주민들의 당생활・조직생활에서의 변화, 주민의식(요구)의 변화 및 변화의 방향(개방에 대한 요구의 수준), 당국의 對주민 선전의 방향과 내용.

현재 김정일과 노동당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으며, 군(郡)당급 이하 당 조직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올해 북한당국은 당조직 추스르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와 관련하여 관찰할 사건사고로는 김일성 가계(家系) 우상화물 훼손 빈도(연도별), 삐라 사건(내부 삐라 존재), 군과 당・행정조직간의 갈등, 주민들의 소규모 집단행동(시장에서의 항의 등), 집단행동에 대한 당국의 대응 양상 등이다.

2) 경제 분야=식량・유류・달러 확보 수준, 군수경제(미사일+재래식 무기 판매) 동향, 인민경제와 시장의 실태.

이와 관련한 관찰 포인트는 시장의 확대/축소와 당국의 통제 수준, 가내공업 개인무역 등 개인영역 경제활동의 확대/축소, 물가 동향이다.

북한체제의 기본특징은 수령-인민대중의 수직관계이며, 현재 이 수직구조를 수평관계로 전환시켜 나가는 거의 유일한 동력이 시장의 확대다. 그중에서도 개인들의 소규모 무역과 가내공업의 확대가 관찰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어느 지방에서 소규모 사적(私的)고용 형태가 나타났다.

3) 군사 분야= 군량미 확보 수준(戰時 군량미 및 2호 창고), 인민군 장성급 및 좌급(소・중・상・대좌)의 부패 수준, 달러 횡령사고, 물자 횡령, 상납구조, 상부 지시 이행여부, 대민(對民) 사고, 군・당・보안성의 관계 및 관련 사고, 평양방어사령부 등 주요 군(軍) 동향.

90년대 중반 이후 예비 군량미를 비축하는 2호 창고의 보충은 거의 불가능하며, 군인 가족에 대한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사 분야와 관련하여 김정일 실각 또는 사망 전 쿠데타 등의 이상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김정일 사망 후 후계구도가 장기간 불투명하고 지도부의 혼란이 계속될 경우 군단・여단급 야심가들의 등장 가능성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군대는 군인과 무기, 그리고 농업・무역 등으로 자체 경제력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4)제도・시스템 분야= 김정일의 지시・말씀 이행 수준, 김정일의 측근조직-관료조직의 변화, 당・내각・행정조직의 부패 수준, 각종 동원체제에서의 균열, 각종 생계형 범죄 빈도(연・월별) 등이다.

5) 권력 내부= 김정일의 건강과 후계문제,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동향, 호위총국 동향, 김정일 개인 통치자금(궁정경제)의 변화 등.

핵심 관찰 포인트는 역시 김정일의 건강, 후계문제와 관련한 변화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정남-김정철・정운 형제의 동향, 장성택・김경희 동향, 장성택의 당중앙위 조직지도부 장악 여부 등이 주요 관찰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북한체제는 이상의 분야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내구력 저하를 보일 것이며, 김정일의 사망 등 결정적 요인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저하, 또는 새로운 국면 진입으로 갑자기 전개될 수 있다.

북한체제 내구력과 관련하여 전체적인 지수 범위를 1~5로 잡고, 5로 올라 갈수록 안정성을, 1로 내려갈수록 불안정성(체제 와해)을 보인다고 할 경우, 현재 북한체제의 내구력은 2 이하로 떨어져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본 칼럼을 통해 필자가 누차 주장해왔다시피 지금은 북한 및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종합적인 대한민국 국가전략, 미래 한반도 설계를 구체화 해놓아야 할 시점이다.

막연하게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로는 곤란하고, 예를 들어 ‘2020 한반도의 모습’과 거기로 향해 길을 찾아가는 ‘지도’(map)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60~70년대 우리나라 고도성장전략의 주역이었던 오원철 전 청와대경제수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2020 한반도’로 가는 구체적인 ‘엔지니어링 어프로치’를 미리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는(=국회의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여, 야는 각자 정치적인 득실을 계산하면서 싸우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둘 다 안 좋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야당은 대책없이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한창 싸우다 보면 자신이 왜 싸우는지도 모르게 되기도 하는데, 지금 야당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야당은 뒤로 한발 크게 물러나서 한반도의 앞날을 보는 큰 그림을 그리고 큰 비전을 선점해서 국민 앞에 내놓아야 다음 총선이든, 대선이든 기약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왜 민노당처럼 사소한데 목숨을 거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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