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北, 정상회담 대가 5, 6억 달러 요구”

2009년 11월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의 3차 정상회담을 위한 양측의 사전 비밀접촉 도중 북한이 우리 측에 5, 6억 달러를 요구하는 바람에 회담이 무산됐다고 중앙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2009년 11월 비밀접촉 장소에 나온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대뜸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대가조로 5, 6억 달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양건은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이런 내용으로 미리 준비해온 비밀양해각서를 내밀면서 우리 측에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정부 때 6·15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에 5억 달러를 불법 송금했다가 노무현 정부 때 특검까지 한 마당에 이명박 정부가 거액을 주고 정상회담을 할 수는 없었다”며 “정상회담에 공을 들였는데 성사 직전 무산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신문은 통일부의 한 당국자도 “(2009년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유는)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의 결렬이 그 동안은 장소와 의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와 다른 돈 문제였다는 것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신문은 당시 정황에 대해 2009년 10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때 이 대통령을 따로 만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김정일이 이 대통령을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 뒤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은 10월 17~19일 싱가포르에서 김양건을 수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조율했고, 현인택(현 대통령 통일특보) 통일부 장관과 김천식(현 통일부 차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도 김양건을 여러 차례 접촉해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의 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열린 만큼 3차 회담은 남한에서 해야 한다는 청와대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 대통령은 “내가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나야 핵 문제가 풀린다”며 북측 제안대로 평양행을 받아들였다.


또 이 당국자는 김양건의 대가 요구로 정상회담이 불발된 뒤에도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상당한 미련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그해 5월 당시 김태효 대통령 대외전략비서관,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홍창화 국가정보원 국장이 베이징에서 북한 당국자와 접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우리 당국자가 북한 대표에게 돈봉투를 건네려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