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김정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2008년은 ‘김정일의 유고설’, ‘건강이상설’ 등이 확대되며, 그의 행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던 한해였다.

올해는 특히 지난 8월 중순 뇌혈관 계통 질환으로 쓰러진 김정일이 80여 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북한에 집중됐다.

최근 공개된 사진들마다 조작 논란이 일며 김정일의 실제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의 공개활동은 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유일한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의 유고설’이 제기됐던 지난 5월에는 오히려 김정일의 대외활동 보도를 늘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언론들이 김정일의 공개 활동 사진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이를 반박하는 듯한 사진을 즉각적으로 내보내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올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정일의 첫 공개 활동. 함북 예성강 발전소 현지지도

▶ 김정일 대외활동…잠행기간 빼면 예년 수준=올해 김정일의 첫 공개활동은 함북 예성강 발전소에 대한 현지지도였다. 김정일은 예년의 경우 1월 1일 신년을 맞아 김일성의 사체가 보관되어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 했으나, 올해에는 참배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1월 하순에는 자강도 지역의 닭, 돼지 공장을 시찰하는 등 일반 경제분야에 대한 현지지도에 나섰다.

1월 30일에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인 왕자루이 일행을 접견했다. 김정일은 왕 부장에게 “조(북)중 우의는 두 당과 두 나라의 선배 지도자들이 남겨준 보귀한(귀중한) 재산이다. 중국을 절대로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하며,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김정일 본인의 생일이자 북한에서 최대 명절로 챙기는 2월 16일이 끼어있는 2월에는 한 차례의 군부대 시찰만 있었을 뿐 공개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김정일 생일 경축 행사는 예년과 같이 화려하게 치러졌다.

김정일은 3월의 첫 날인 1일 북한 주재 류사오밍(劉曉明) 중국 대사의 요청에 따라 주북 중국대사관을 방문했다. 김정일은 이날 대사관 전 직원 및 중국 예술인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김정일이 류사오밍 대사가 보여주는 선물을 보고 있다.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은 2000년대 들어 모두 4회로, 지난해에는 3월 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대사관을 찾았으며, 앞서 2000년 3월과 2001년 7월에도 중국 대사관을 다녀갔다.

4월에는 군부대만 6곳을 시찰했다. 위치는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 김일성의 생일인 15일에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

김정일은 자신의 유고설이 국내외를 휩쓸었던 5월, 이러한 ‘루머’를 잠재우려는 듯 왕성한 대외 활동을 벌였다. 한 달 동안 총 20곳이 넘는 군부대와 경제 관련 시설들에 대한 현지시찰을 진행했다.

6월에는 평양과 인근지역에 대한 현지시찰을 10여 곳 정도 진행했다. 6월 18일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가 부주석인 시진핑을 접견했다. 중국 언론들은 김정일과 시 부주석이 면담을 통해 북핵 문제와 북중 양국의 우호관계 진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5, 6월부터 지병이 상당히 악화된 김정일이 시진핑 부주석과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회담 2개월부터 집무를 대폭 축소한 채 치료와 휴양에 중점을 뒀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7월에는 주로 자강도와 평안북도 부근의 군부대와 경제 시설 시찰을 진행했다. 북한에서도 위도가 높은 쪽에 해당하는 이 지역들은 여름에도 날씨가 선선해 김정일의 여름 별장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이어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8월 중순까지 보름 동안 총 13곳의 군부대를 시찰했다.

▲ 11월 2일 공개된 축구경기 관람 모습.

이후 김정일은 80여일 가까이 잠행을 지속했고, 정권수립 60주년을 맞은 9·9절 행사에도 불참했다. 김정일의 동정이 다시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조선중앙통신이 10월 11일 김정일의 여성 포중대 시찰 사진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이후 축구관람 사진, 신의주화장품공장 방문, 동물원 방문 사진 등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지만 ‘사진 조작’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11월과 12월 들어서도 김정일의 현지시찰 소식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 내년에 대외활동 재개…무리한 현지시찰은 피할 것=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의 이러한 공개 활동 특징에 대해 특히 “(자신의 신변 이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궁금증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잠행 이후 후반기에 공개된 활동들은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전반기의 특징으로는 선군정치의 일환으로 군부대 시찰이나 국방공업에 대한 지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등 예년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현지 시찰 등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모습 이외에도 외국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보여지는 김정일의 모습 또한 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김정일을 직접 만난 외국 인사는 단 두 명에 그쳤다.

김정일은 지난해 베트남 농 득 마잉 베트남 총비서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까지 만나는 등 외부 인사들과 꾸준한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올해에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1월 30일)와 중국 국가부주석인 시진핑(6월 18일)을 제외하고는 김정일을 직접 만난 외부 인사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김정일의 대외 활동이 외국 언론으로 확인된 것도 3월 1일에 주북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유일하다.

▲ 6월 18일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기념촬영 하는 장면.

이 밖에도 대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김정일의 공개 활동이 모두 중국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김정일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방북한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대규모 대북 원조를 약속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8월에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지며, 대외 인사와의 접촉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현재 회복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장성택 당 행정부장 등 최측근들 정도만 대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현재 김정일의 대외활동 사진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이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외국의 인사가 김정일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추측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기동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내년 활동 전망에 대해 “건강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중국에서 방문하는 인사들을 만나는 등 예년 수준의 대외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력적으로 현지지도 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건강에 무리를 줄 정도로 빡빡할 일정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전현준 연구위원도 “김정일의 건강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같지만 함경북도와 같이 장거리 현지지도보다는 평양 근교로 주로 현지지도를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측근들도 극단적인 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 골치 아픈 상황을 야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북한이 가장 큰 외교현안은 북미관계 개선이기 때문에 미국이 파견하는 대북특사 정도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나 러시아, 남한과의 정상회담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뤄질 수 있겠지만 미국과 같은 무게로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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