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북한] ①김정일 ‘전략적 결단’했나

북핵 ‘2.13합의’에 이은 ‘10.3합의’, 2007남북정상선언, 대미관계 개선 ‘올인’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북한이 대외적으로 고비마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표를 찌르는 전향적이고 주도적인 행보를 보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문제에 관해 ‘전략적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특히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사회주의의 고수를 통해 사상강국을, 핵실험 성공으로 군사 강국도 달성했다며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새로운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이에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2.13합의 후 영변 원자로 가동의 전격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방북 허용, 미.중.러 3국 핵기술팀의 방북 제안과 판문점 경유 허용, 미국 주축의 불능화 작업단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10.3합의 과정에서 북한의 신축성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의 징후들로 거론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10.3합의의 이행을 주장하면서 “조선(북한)의 최종목표는 핵강국이 아니다”며 “조선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행동할 것이며, 핵시설 무력화(불능화) 시한도 정확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는 핵실험 이후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압박 위주에서 협상으로 전환된 이후 완연해졌으며, 특히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동결됐던 북한 계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미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말로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북미관계는 “현상타개에 그치지 않고 ‘밀월’이라고 불릴 정도로 긴밀한 관계로 방향이 전환되어 갔다”고 조선신보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고 그 대신 미국 및 일본과 수교를 단행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핵 포기가 체제유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공통으로 선택했던 자본주의 세계체제로의 편입을 배척하고 핵보유를 고집해 냉전시대의 고립을 지속할 가능성이 낮”고 “핵무기를 폐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뿐 아니라 정상선언 도출 과정에서도 8개항의 합의중 2~3개 조항을 제외하고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남측의 제안을 대폭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조선신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마지막 대립구도를 허물어뜨리려는 김 위원장의 “대용단”이며 “변혁을 주도”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 농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 평양에서 북.베트남 정상회담을 갖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내각 총리, 박의춘 외무상 등 고위급이 활발한 순방외교를 벌이거나 미수교국과의 수교, 단절됐던 외교관계의 복원 등에도 힘을 쏟았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때 ‘개혁.개방’이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으나, 실제론 주변 국제정세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북한’ 창출을 목표로 ‘모기장식’ 개방을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현상들이다.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달 북미 금융실무회담 환영만찬에서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개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지만 세계와 기술 교류를 통해서 세계가 변화하는 데 맞춰 나가길 원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에 정책전환의 의지가 분명하게 투영돼 있다”며 “정치군사적인 위협엔 핵실험을 통해 안전판을 마련한 데 이어 사회문화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에게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공안기관 지도사업을 맡긴 것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세균’ 침입에 대비한 ‘백신’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1997년 10월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된지 10년이자, ‘강성대국’ 완성선언 목표 연도인 고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주년(2012년)을 5년 앞둔 해로서, 북한에 ‘전환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의 깊이’나 ‘폭’에 대해선 유보적인 견해가 많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13합의나 남북정상회담 등을 “완전한 전략적 결단의 산물로 보기는 이르다. 현재까지는 전략적 결단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을 놓아가는 단계”라며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기존 핵무기 폐기 등 진정한 결단을 내렸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를 놓고 주춤거리는 최근 양상에 비관론이 되살아나고 있어, 김정일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 어떻게 답하는지가 그의 `결단’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