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북한] ②’경제강국’ 건설에 올인

“강성대국의 여명이 밝아온다. 이젠 물질적 강국을 일으키자”
올 한해 북한의 화두는 ‘경제강국’ 건설이었다.

핵실험으로 군사강국을 이뤘지만 경제력이 없으면 군사강국의 위력도 지속될 수 없다며 경제강국 건설을 올해 국가적 목표로 설정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오늘날 조선(북)의 절박한 요구는 경제와 인민생활을 하루 빨리 치켜세워 물질적인 면에서도 강국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찰 행보도 주민생활 향상에 직결된 경공업과 경제난의 핵심인 전력을 중심으로 경제부문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올해 18회에 걸쳐 30여 곳의 경제 현장을 시찰, 지난해보다 1회 적지만 시찰 대상은 9곳이나 늘었다. 반면 군부대 시찰은 18회로 작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었다.

10년 이상 열리지 않던 전국지식인대회와 전국당세포비서대회 등 집단모임들을 통해 전 주민을 경제건설에 총동원하고, 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체제정비를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11월 전국지식인대회에선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김일성동지의 탄생 100돌이 되는 때…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북한판 경제건설 5개년 계획의 존재를 시사했다.

10월 열린 전국당세포비서대회를 계기로 노동당의 사업도 경제강국 건설로 전환됐다는 것이 조선신보의 설명이다.

북한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수출입과 투자유치 등 대외경제의 활성화.

북한이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대외결제 자체가 불가능해질 정도였기 때문에 이의 숨통을 트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에 덜 적대적인 유럽,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을 상대로 새로운 경제협력 출구를 개척하기 위한 고위급 대표단과 경제대표단의 경제외교도 분주했다.

싱가포르 투자시찰단 등 외국 경제대표단의 방문과 경제협력 합의가 이뤄졌고 특히 이집트의 오라스콤(OCI)은 북한 상원시멘트에 1억1천500만달러(약 1천55억원)를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은 10월 평양에서 유럽연합(EU) 대표단과 외교관.경제전문가들을 초청해 경제토론회를 가졌으며, 그에 앞서 3월에도 이탈리아에서 북.EU 경제토론회를 가졌다. 제3차 평양 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에는 유럽기업협회 소속 기업을 포함해 유럽 기업들이 “가장 큰 규모”로 참가해 “대북 무역.투자를 장려하며 적극 협조할 의향”을 밝혔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이에 따라 김만복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국제금융시스템 재진입을 위해 외국과 북한내 합영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각국과의 투자보장협정 등 경제협정 체결이 크게 늘었으며, 해외경협 대표단 파견, 상품전람회, 투자유치 설명회 등의 횟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후 통신.통행.통관 문제를 해결하는 등 남측 기업의 대북투자 환경 개선을 통한 남북경협의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올 들어 북핵문제와 북미관계가 “밀월 관계의 방향으로 전환”(조선신보)되고 있는 국면도 북한의 이 같은 노력과 의욕에 힘을 실어줬다.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대상 해제 등이 이뤄지면 국제사회의 대북투자를 이끌어내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북한의 기대가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올해 북한 경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개선됐다”, “나아진 게 없다”, “더 악화됐다”는 식으로 엇갈리고 있다.

동국대의 고유환 교수는 북한 경제가 남한과 중국의 지원으로 근근이 유지돼왔다며 “사정이 사실상 더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지난 여름 수마로 농업피해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인 2억7천5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 등, 수해가 그러잖아도 취약한 북한 경제에 미친 타격으로 인해 북한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실리와 사회주의원칙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시장에서의 장사를 제한하는 등의 ‘오락가락’ 경제정책을 펴고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북한 경제 비관론을 보태고 있다.

고유환 교수는 다만 “대외적인 국면이 바뀌어 경제가 나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여지는 있다”며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내년 상반기가 경제측면에서도 아주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문수 교수는 “뚜렷하게 악화됐거나 좋아진 징후는 없다”며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경제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2003년 이후 북한 경제가 2∼3%씩이나마 꾸준히 성장해 왔고 올해도 다소 나아진 것 같다”고 다른 평가를 내리고 “7.1경제개선조치 이후 남북교역 확대와 중국 지원의 증대로 경제성장을 위한 물자확보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는 핵문제로 크게 신경쓰지는 못했던 경제성장의 밑그림을 그린 시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국제정세가 꾸준히 개선되면 북한 당국은 경제문제를 다잡아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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