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김정일 정권, 어디로 가나?

올 한해 북한을 분석할 때 ‘김정일’을 분석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 구체적으로 ‘2006년 김정일의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오로지 김정일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수령독재체제, 곧 ‘장군님 체제’의 특성이다.

김정일의 이해관계 중 최우선 순위는 1인 독재정권 사수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 나열된 모든 대내외 정책도 1인 독재정권 사수로 귀결된다.

2006년 김정일의 이해관계는 △ 선군, 우리식 사회주의,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 주민들의 사회주의 생활양식 복구 등으로 정권단속을 강화하고 △ 대남관계에서 경제지원을 계속 받아내면서 민족공조 노선을 강화, 한미관계 균열과 대미 방패막이 활용, 남한내부 반(反)김정일 전선 무력화를 꾀하며 △ 북-중동맹을 강화,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고 △대일관계를 풀어가면서 식민지 배상금 협상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압축하면 △내부적으로는 정권단속 특별강화 △대외적으로는 用南-抗美-親中-商日의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양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안정적 우리식 사회주의 회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며, 위조달러, 인권문제 등 김정일 정권을 둘러싼 외부환경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북한정권의 ‘희망사항’과 현실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괴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북한 내부

올 신년사에서 보듯 김정일 정권은 선군과 수령결사옹위의 기치를 걸고 사회주의 생활양식 복구에 힘을 쏟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배급제 정상화를 꾀하고 자본주의 생활양식 특별경계령을 내리는 등 단속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배급제 정상화와 장마당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역과 장마당 상거래를 통해 생존하려는 주민과 사회주의 생활양식 복구를 꾀하는 당국과의 마찰이 점차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밀매매, 부정부패, 탈북 현상이 증폭될 것이며, 주민-국가기관 간 간헐적 갈등양상이 표출되거나 당, 국가기관이 주민들의 비사회주의 활동을 돈을 받고 묵인하는 현상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對南 관계

6.15 우리민족끼리 노선, 미군철수 투쟁, 남한 내 반미-반보수 연합전선 강화를 꾀하면서 북한당국이 이른바 ‘신보수’로 규정한 남한 내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방선거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남한정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올해 남북 정권 간의 공조는 DJ-노무현 정권 이래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3월~6월로 예상되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논의 과정에서 김정일 정권은 남한정부로부터 최대치의 물자지원을 약속받는 한편, 한미동맹과 남북공조 중 양자택일을 압박해올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위조달러, 마약, 의약품 밀매에 대한 국제 수사공조 강화와 북한인권 국제이슈화가 증폭되면서 남북대화를 한시적으로 중단, 남한정부와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2일 현재)를 압박해올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한미동맹은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은 남한정부가 때와 장소를 불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평양, 도라산 또는 우리민족끼리의 상징적 장소가 되어버린 금강산 지역도 배제할 수 없다.

◆ 對中 관계

북-중관계는 지난해에 이어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더 확대될 것이며, 광물자원 개발을 비롯한 1차 산업에 이어 인프라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에 대한 중국의 대북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정권은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계속 인정하면서 경제・외교적 지원을 받고, 중국은 국제회담(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면서 핵문제를 느리게 풀어가는 지공전술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핵문제에 대해 북한과 중국은 일단 미 부시 행정부의 임기 뒤로 넘기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은 인권문제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외교적으로 방어해주는 한편, 북한의 경제를 對中 의존으로 추동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 對美 관계

올해 미-북관계의 최대 현안은 위조달러, 의약품・담배 밀매, 해외 김정일 비자금 동결 등 김정일 통치자금 압박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의 대외자산 동결 등 김정일 통치자금에 대한 압박은 김정일로서는 가장 견디기 힘들며, 동시에 우회적으로 핵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유효한 전술로 보인다. 김정일 정권은 이 문제를 계속 대미 직접협상을 통해 풀어가려고 시도하겠지만 ‘범죄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과 중국 역시 미-북 간에 개입하지 않는 방법 외에 달리 적극적인 중재의 길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김정일 정권은 ‘북한내 법죄집단의 소행’으로 치부하면서 굴복하거나, 계속 6자회담에 불참하는 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북한정권에 유리한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이 북핵문제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는 이라크 문제가 종결되는 시점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핵문제가 6자회담 내에서 외교적으로 풀기 힘든 사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김정일 독재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목표로 방향이 전환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한-미, 남북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 對日 관계

북-일관계는 올 한해 김정일 정권이 가장 역점을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양국 당국자 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풀어가기로 협의되었다. 그러나 북핵문제라는 최대의 난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수교협상까지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김정일 정권이 놓인 대내외적 환경은 2006년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쥐고 있는 카드는 ‘핵카드’가 거의 유일한데, 과연 이 카드를 올해 던질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김정일은 2000년 말 미국과 미사일 문제 해결 막바지에서 미 클린턴의 방미 초청을 받았으나 결국 거부했다. 국제관계 정상화와 개혁개방 대신 핵을 택한 것이다. 독재자는 변화보다 현 상태에서의 안위를 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도 김정일 정권의 각종 범죄가 더욱 노출되면서 국제사회의 인권의 목소리에 고립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데일리NK 분석팀 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