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청진시 주민 10문 10답

▲ 2005년 5월에 촬영된 함경북도 청진 역전

데일리NK는 2005년 한해 동안 북한소식을 북한 내부 주민들의 목소리를 빌어 생생하게 전해왔다.

북한은 올해초 신년공동사설에서 농업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주공(主攻)전선’이라 표현하고 연중 주민들을 농촌으로 집단 동원하면서 식량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에는 오랫동안 정지되었던 배급제를 재개한다고 주민들에게 공고하기도 했다.

데일리NK는 2005년을 정리하면서 북한의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함경북도 청진시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을 만나보았다. 인터뷰 결과를 10문 10답의 형태로 소개한다. 2005년 12월 중순, 북한의 현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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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급은 어떻게 실시하고 있나?

기업소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은 700g을 보름씩 꺾어서 주는데 입쌀은 국정가격으로 46원, 강냉이는 28원에 배급한다. 노동력이 있지만 집에 있는 가정주부와 같은 경우는 300g을 620원 정도에 판매한다. 일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나 노인들은 국정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다.

말하자면 ‘이중가격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배급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잡곡이 많이 섞인 식량을 주고, 620원씩에 사먹는 사람들에겐 잡곡이 아닌 입쌀을 판매한다.

공장 ∙ 기업소 별로 나눠준 ‘112호 토지’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있는 기업소들은 2개월 분의 식량을 자체 해결하라고 했다. 10월에 한 달치 식량은 줬지만 11월부터는 제대로 배급이 되지 않고 있는데, 112호 토지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일부 배급을 줬다.

추가 질문 : ‘112호 토지’란 무엇인가?

협동농장의 땅이지만 가꾸기 힘든 땅을 떼어서 공장과 기업소에 분배한 땅이다. 힘있는 기업소에서는 비교적 좋은 땅을 분배받고 있다. 작년 11월 2일인지, 올해 1월 12일인지 아무튼 그런 날짜의 방침에 의한 것이라고 해서 ‘112호 토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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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다면 식량을 어떻게 해결하나?

장마당도 아닌 암시장에서 구입한다. 대량의 식량이동에 대해선 엄격하게 금지하지만, 안면관계나 뇌물관계로 해서 시장에서 몰래 팔고 있으며, 약간 큰 거래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집에서 암거래한다. 식당을 통제하며 식량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쌀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 입쌀 800~820원, 강냉이 300원, 감자는 150원 정도이다. 청진에서는 강냉이를 잘 안 먹기 때문에 강냉이 가격이 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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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에게는 배급을 어떻게 주며, 수매가격은?

112호 토지에서 땅을 12등분으로 나눴는데, 가장 나쁜 12등급에 1정보 당 1,500원의 땅세(토지세)를 매기고 있다. 세금은 현물, 그러니까 강냉이로 받았다. 강냉이 1㎏을 24원으로 쳐서 수매했다.

청진 부근의 협동농장 분조장에게서 들은 데 의하면, 농사를 잘 지었다고 농장에 1인당 17,000원 정도의 상금이 내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농장의 재산을 늘린다면서 차(車)라든지 농기계를 구입한다면서 상금을 나눠주지 않아 불만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농장에서 일반적으로 배급을 준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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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제 재개에 대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나, 자체 토대(생계수단)가 없는 적잖은 사람들은 아직도 일정하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예 국가에서 일정액을 받고 일률적으로 팔든지 할 것이지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가” 하는 불만들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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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와 직장생활과 관련한 관심사항은?

예전엔 ‘기타조’라고 해서 일정액을 기업소에 내고 장사를 하든 뭐든 하도록 했었는데, 이젠 100% 출근하고 조직생활에 모두 참가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남는 인력은 모두 내 보내도록 하고 있다.

기업소에서 모두 배급을 준다고 하니, 장사도 변변히 할 수 없었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서로 기업소에 취직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위기이다.

사회적 기반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야 별 관심이 없지만, 기반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기타조’라는 제도를 없앤 것에 대해서 의견이(불만이) 많고 취업과 관련해서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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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가동율이 20% 내외로 알려지고 있는데 변화가 있는가?

거의 변화가 없다. 외화벌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멈췄던 공장이 새롭게 가동에 들어갔다든지 업종전환을 통해서 공장이 가동된다든지 그런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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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는 구체적인 현상을 볼 수 있나?

당원이라면 공장 기업소에서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당원이면 떼었다 붙였다(채용했다 퇴직시켰다)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물어봐서 당원이라고 하면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당원보다 비당원을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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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통제가 일정하게 강화되고 있나?

식량과 관련된 부분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음식점과 낟알 가공품 등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어서 시장의 (판)매대가 비어 있는 곳이 늘고 매대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폭 50㎝×1.5m 크기이며 옷 파는 매대의 경우 12만원 정도 한다.

입고(衣) 자는(住) 것을 제외하고, 순전히 먹고(食) 사는 것과 관련해서 4인 가족이 1개월에 12~13만원 정도(중국 인민폐로는 350원 정도, 한국 돈 5만원 정도) 든다.

추가 질문 : 사회적으로 이동도 많아지고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그에 대한 처벌이 크게 약화되었다는데, 그 근거들은?

보위부 사람들이 “이제 ‘말 반동’은 안 잡아간다”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범죄를 취급하는 데서도 “과학적인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이야길 한다(‘말 반동’은, 예컨대 김정일 부자나 체제를 욕하는, 말로써 반동짓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 편집자).

도강자(渡江者 :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이라든지, 라디오를 들었던 사람에 대한 처벌이라든지, 기타 범죄에 대해서 처벌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주변 사람의 밀고로 잡혀 간 70대 노인이 오랫동안 라디오를 들어왔다고 이실직고를 했는데, 조사 받으면서 욕도 먹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개적인 비판을 받는 것으로 처리됐다. ‘말 반동’은 괜찮다고 하지만 김정일을 욕하는 것은 안되고, “한국이 잘산다”고 말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 정도이다.

추가 질문 : 최근 ‘김정일이 고문을 하지 말고 인권을 존중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보위부 관계자로부터 그런 얘기나 지시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내용을 들어본 적은 없다.

추가질문 : 사회적인 처벌강도가 약해지면서 어떤 식으로 체제보위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나?

보위부에서 정보원을 많이 활용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아는 사람의 얘기에 의하면, 특히 탈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서로서로 감시하도록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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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공급은 어느 정도인가?

밤 11시~3시에 1일 평균 3~4시간 공급되는 정도이다. 중산층 정도면 흑백TV와 컬러 TV를 각각 1대씩 놓고 보는데 밧데리로는 흑백만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전기사정이 안 좋고 봄부터 풀리기 시작해서 여름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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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 주민들이 우마차를 많이 이용한다는데?

도시에서도 많이 다니고 주로는 짐을 싣고 다닌다. 최근에는 개인이나 기업소가 암거래로 소를 거래하기도 한다. 소의 암거래 가격은 40~70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 요금은 싣는 양이나 무게보다는 거리에 따르는데 3~4㎞ 정도면 2,000원이고 5㎞이상이면 3,000원 정도이다. 무게는 대략 700㎏ 정도이다.

트럭은 기름 값을 대고 요금은 별도로 낸다. 기름 값은 ㎏ 당 2,000원이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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