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홍단 현지지도서 드러난 김정일의 두얼굴

▲2002년 10월10일 노동신문 보도. 김정일이 대홍단군 현지지도를 시작하면서 무산지구전투승리기념탑 앞에서 중앙당 비서들과 군당위원회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한 장면. 김정일 오른편 첫번째 여성이 김정일이 특별히 관심을 보였던 여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정상회담 기간 김정일을 만난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아주 인상적이었고, 과연 진짜 권력자답다. 자기들의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이 국정에 대해 소상하게 꿰뚫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그의 국정 장악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30년 넘게 사람들의 의식마저 지배하는 수령독재체제로 권력을 독점해온 김정일이 ‘진짜 권력자’ 답지 않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발언 행간에서는 절대권력을 유지하는 김정일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도 드러냈다.

탈북자들은 노 대통령이 자신이 본 김정일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김정일은 권력에는 철두철미하지만 국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무관심할 뿐더러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1996년부터 3년 동안 반복된 대아사가 이를 증명해준다는 지적이다.

2002년 10월에 있었던 대홍단군 현지지도 당시 김정일이 당 조직비서를 그 자리에서 철직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양강도 주민들에게 김정일의 즉흥적이고 냉혹한 성격, 그리고 여성에 대한 남다른 취향을 드러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내용은 최근 이 지역 출신 탈북자와의 접촉을 통해 증언을 확보했고, 탈북자의 증언이 당시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일시와 장소가 일치함을 확인했다. 또한 양강도 출신 탈북자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복수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이 지역에서 정권기관이나 행정기관에 근무했던 탈북자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진 비화였다.

2002년 10월 8일 김정일이 대홍단군 무산지구 진공전투 승리기념탑을 방문했을 때 발생한 사건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방문 이틀 후 10월 10일 김정일 대홍단군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김정일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김국태, 정하철, 김기남 비서와 대홍단군위원회 김종술 책임비서 등과 함께 ‘무산지구전투 승리기념탑’에서 촬영한 사진을 내보냈다. 이어 “감자농사에서 큰 성과를 거둔 대홍단식의 감자농사에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김정일의 현지교시 내용도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 드러나지 않는 내막은 김정일의 즉흥적이면서 난폭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당시 화를 당한 사람이 양강도 대홍단군 당 조직비서다.

김정일이 대홍단군을 방문하자 감자농사와 지방 공업문제를 보고하기 위해 대홍단군 조직비서가 김일성동상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 대홍단군 책임비서 김종술은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을 당시였다.

당시에는 북한 노동당 간부들은 김정일의 옷차림, 모자, 약간 뒤로 몸을 젖히고 걷는 모양새, 글씨체까지 따라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첨 행각이 튀는 간부들은 김정일의 모든 행동을 모방하려고 한다.

조직비서는 고속 출세를 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김정일을 만난다는 흥분에 특별히 몸가짐에 신경을 썼다. 특히 헤어스타일을 당시 간부들 속에서 유행되던 ‘장군님머리(곱슬머리)’로 바꾸었다.

또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홍단군 혁명전적지 해설 강사들 중에서 특별히 미모의 여성을 뽑아 골라 꽃묶음(꽃다발)을 올리도록 준비했다.

김정일이 탄 차가 대홍단 혁명전적지 앞에 멈춰서자 조직비서가 흥분 상태로 차 앞으로 달려갔다. 그가 몇 발자국 떼지도 못한 상태에서 벼락 치는 소리에 굳어지고 말았다.

“야! 이 새끼야, 너 누구야!” 검은 안경에 사냥꾼 모자를 눌러 쓴 김정일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대기하고 있던 수행원들과 호위총국 일꾼들도 예상치 못했던 김정일의 호통에 주변 모두가 술렁거렸다. 김정일의 고성이 이어졌다. “너 어데서 일하던 놈이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김정일 앞에서 영문도 모르는 조직비서는 벌벌 떨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인민군 군관(장교)을 하다가 제대되어 금방 군 조직비서로 배치돼 왔습니다”

“그전에는 어데 있었어?”
“… … …”
“그 전에는”(김정일)
“… … …”
“그 전에는”(김정일)

이렇게 한참 소리를 지르던 김정일이 목이 아픈지 자기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방 간부라는 새끼들이 대가리(머리)를 하고 다니는 걸 봐! 파마까지 하고…”

그제야 동행했던 심복들도 김정일이 고함지르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대홍단군 조직비서의 머리스타일이 문제가 된 것이다.

북한은 색다른 헤어스타일에 대해 ‘자본주의 황색물’이 라고 해 단속되면 노동단련대형으로 처벌한다. 대홍단군 조직비서는 김정일의 손 한번 못 잡아보고 호위총국병사들에게 끌려 나갔다.

전적비에서 김정일을 맞이할 군 조직비서가 체포돼자 군 관계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돌변했다. 조직비서를 쫒아버리고 돌아선 김정일이 갑자기 얼굴이 환해진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에게 꽃묶음을 전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혁명전적지 해설 강사를 돌아보고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는 강사에게 다가가 꽃묶음을 덥석 받아 쥐였다.

“야, 너 고향이 어대야?”

밝아진 김정일의 표정을 보며 해설 강사가 겨우 가슴을 진정시키고 ○○라고 대답했다.

“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너 왜 5과(김정일 친위대와 기쁨조를 선발하는 중앙당 간부부서)에 오지 못했어?”

김정일은 바로 전 자신의 행동도 다 잊어버린 듯 해설강사의 손을 계속 부여 잡고 있었다.

주변의 심복들이 지켜본다는 것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는 해설 강사의 미모와 말투를 칭찬하며 등까지 두드려주고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개인적 여성 취향이야 탓할 수 없겠지만 환영나온 군 조직비서를 현장에서 철직시키고 한 발 돌아서자 마자 여성 해설원을 향해 함박웃음 짓는 모습에 환영 나온 군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표시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김일성 동상 앞에서 대충 해설을 듣고 난 김정일은 떠나야 할 시간이 됐는데도 해설강사와 담소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해설 강사의 가족형편이나 사는 곳 등 을 캐어물으며 시간을 끌었다.

보다 못해 옆의 수행원들이 “장군님 떠날 시간입니다”하고 귀띔했다.

김정일은 헤어지기 못내 아쉬운 듯 “야! 너 왜 5과에 오지 못했어?”하고 재차 물었다. 그리고는 그녀와 단독 기념촬영을 하고 차에 오를 때는 해설강사의 볼까지 살짝 꼬집어 주었다.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가 갖춰야 할 권위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방 관계자들은 얼굴이 화끈거려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고 당시 속내를 털어놨다.

그때의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청년전위 같은 북한 언론매체들을 보면 그녀와 김정일이 찍은 사진이 크게 나와 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대홍단군 조직비서는 해임, 철직되어 주변농촌의 농장원으로 쫓겨 갔다.

사실 그때 대홍단군 조직비서의 머리 스타일은 중앙당에서부터 유행되었던 것이었고 “장군님 머리형”으로 그 이름까지 명명된 상태였다.

북한사람들속에 “열성이 말썽”이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홍단군 조직비서사건은 당 간부들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화가 미쳤다.

안전원(경찰)들과 노동자규찰대(치안유지를 위해 만든 순찰대)까지 동원되어 전국적으로 김정일의 헤어스타일을 모방한 사람들을 모두 단속했다.

원래부터 곱슬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단속되어 몇 시간씩 고생해야 했다. 단속된 사람들은 통행이 복잡한 길거리에 세워놓고 창피를 주었다. 또 직장에 돌아와서도 사상투쟁무대에 올라야 했다.

김정일이 떠난 직후 5과에서 내려와 꽃을 드린 해설 강사를 데려간다고 신체검사까지 했다. 그러나 평소 그녀가 간부들과의 사생활 관계가 너무 복잡했던 원인으로 불합격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이 국정수행 능력이 있고 진짜 권력자 답다고 했다. 그러나 그 카리스마는 절대권력과 난폭한 폭력에 의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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