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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김만복 국정원장은 “아주 투명하게 진행이 됐다”고 공언했다.
그는 8일 2차 정상회담을 공식발표하면서 1차 정상회담 때와 같은 ‘정치적 뒷거래’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참여정부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현금 뒷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5억달러 현금지원에 대해 특검까지 실시해 관련자를 처벌한 노 대통령이 이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에 돈을 줘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사실상 재정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금이 아닌 합법적인 경제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정상회담 대가성이 강한 지원이다.
◆돈 주고 산 1차 남북정상회담= 1자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측 정부는 약 5억달러(이 중 5000만달러는 평양체육관 건설 등에 필요한 현물)를 북측에 건냈다.
당시 남북이 2000년 4월 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합의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이 북한으로부터 ‘포괄적 경제협력사업권’을 획득하는 대가로 4억달러(현금 3억 5천만달러,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지원 5천만달러)를 정상회담 전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이와 별도로 정부는 북한에 대해 1억달러의 현금지원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당초 김대중 정부는 북측에 정상회담에 응하면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 이외에 20∼30억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현금 5억달러 요구를 거부하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나오면서 남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참여정부 들어와 실시된 특검은 이 돈의 성격에 대해 “비밀 송금되고 송금 과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했던 관계로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정상회담 대가성이 인정된 것이다. 이로써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임동원 국가정보원장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사법처리 됐다.
◆그렇다면 이번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회의적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임기 말 현 정부와의 정상회담에서 얻어낼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9일 “이번 정상회담을 합의해 주는 대신에 경수로 지원이라든지 다른 대북지원 등과 같은 정치적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두차례 방북하고 합의했는데 이런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미국과 공조로 상호 전략을 논의해야 함에도 몇 시간 전에 통지한 점 등을 봤을 때 정치적인 뒷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짙다”고 강조했다.
또 빅터 차(조지타운대 교수) 전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보다는 한국이 다급히 원해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것이다”면서 “북한이 합의해 준 의도는 잘 모르지만 분명히 한국측에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아마도 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금대신 ‘대북지원’ 카드=정부는 2차 정상회담 개최의 대규모 경협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남북경협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2월 남북 경협을 위해 북측의 요청 사업을 정리해 작성한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에 적시된 항목 중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북측에 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연간 9억달러(추정) 소요가 예상되는 200만㎾ 송전 ▲총 길이 170㎞인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개·보수(3077억원) ▲남포항 시설개선 사업 ▲연산 33만t 규모인 요소 비료 공장(3500억원) ▲평양·개성·함흥 등 권역별 양묘장 설치방안 등 총 16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북한이 원하는대로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하고,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을 포함할 경우 대북 지원액은 향후 수년간 9~13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차 정상회담의 5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지원을 대가성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이번 대선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