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회담 출발점, 中 4차초안 궁금하다

13일부터 진행될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을 앞두고 그 협상의 출발점이 될 공동문건 4차 초안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차 수정안으로도 불리는 이 초안은 제4차 1단계 회담 8일째인 8월2일 오전 중국이 3차 초안을 제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고심 끝에 당일 오후 내놓은 안이다.

그 안에는 서문이 있고 6개 조항 정도로 A4용지 3장에 걸친 적지 않은 분량이며, 종전 6자회의 `의장요약’이나 `의장성명’보다 급이 꽤 높은 `공동성명’ 형식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1단계회담 당시 `균형’과 `집약’을 통한 높은 수준의 합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고 다른 참가국들이 다음 날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북한이 끝까지 `OK’ 사인을 내지 않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휴회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내용 면에서는 아직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 내용 중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와 경수로 문제가 북한이 주저하게 된 이유였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지만 정확한 문구나 문장은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노출된 초안의 내용을 맞춰보면 대충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즉,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아래 그 이행방안으로 북한의 핵폐기와 다른 국가의 상응조치가 골격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강조한 `한 지붕 아래 두 개 기둥’으로 비유된다.

또 상응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문제도 포함해, 지붕을 더욱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둥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우선 서문에는 핵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담기고 조항별로 각국의 입장을 반영해 비교적 상세한 개념설명이 따라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희망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검증을 수반해 핵을 포기하고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검증 실시에 대해서는 회담 초반부터 이견이 없는 대목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명시적으로 들어갔는지, 아니면 그 내용이 녹아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비핵화의 준거틀로서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이는 이 선언이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사용 등과 핵 재처리ㆍ우라늄 농축 시설 보유를 금하는 대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을 허용했고 물론 사찰 실시도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문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도 포함시킬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핵심 쟁점이 된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서는 묵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평화적 핵 이용권의 경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가입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선행 절차 및 시기의 문제와 연결돼 있는 만큼 국제규범에 따른 일반적 권리와 의무를 가질수 있다는 부연설명이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이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모두 받을 수 있는 어떤 절묘한 표현이 사용됐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평화적 핵 이용권’이라는 문구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수로 문제 역시 `경수로’라는 표현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경수로는 완공해 넘겨주기 전까지는 북한의 것이 아니라는 논리와 공정률 35%의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해 지금은 핵시설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교묘하게 결합, 양측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불만을 보인 대목도 평화적 핵 이용권과 그에 따른 하위 권리인 경수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채 적정 선에서 모호성을 추구한 부분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른 참가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의 골자로는 안전 보장과 에너지 제공이 들어 갔다. 안전보장이 정치군사적 상응조치라면, 에너지 제공은 경제적인 조치이다.

안전보장은 다자안전보장 원칙이 적용되고 에너지 제공으로는 중유 지원과 함께 우리측이 제안한 200만kW 대북 송전 계획에 착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먼저 참가국들이 중유를 지원하고 송전라인 설계 및 공사에 들어가 핵폐기가 이 행될 때 대북 송전을 시작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포함됐다.

이와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자국을 삭제하고 각종 경제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사항도 반영되고 이런 상응조치들은 동시적으로 상호조율된 조치에 따라 이뤄진다는 원칙도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의 최대 핵심이 됐던 관계 정상화 문제는 북미, 북일 등 양자 간 문제 에 해당하는 만큼 다자가 아닌 양자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을 담아냈다.

관계개선 과정에서 미국이 원한 인권 및 미사일문제, 일본이 희망한 납치 및 미사일 문제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표현보다는 우회적이고 중의적인 표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참가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관련국이 포럼 형태를 통해 협의해 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4차 초안은 그러나 핵폐기와 상응조치의 차례나 기간 등에 대한 협의는 언급하지 않은 채 향후 실무그룹 회의 등에 미뤄뒀다.

이런 내용이 합의될 경우 북핵 해결의 큰 발자국을 내디뎠다는 점에 의미가 있지만 한걸음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안팎의 정세를 좌우할 선언문이 될 것이라고 보는 해석이 많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최근 특강에서 “합의문이 채택되면 한반도 역사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며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당사국 간 협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냉전 해체를 위한 시작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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