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玄통일 대북원칙 고수한 ‘뚝심’ 돋보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전략인 ‘비핵개방3000’의 산파 역할을 하고 김하중 초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수장을 지낸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 장관이 이끈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기조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면 대대적으로 지원하겠지만 무력도발을 자행할 시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은 현 장관 취임 석 달 만에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천안함 폭침, 11월에는 연평도를 포격했다.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금강산 재산 압류 조치 등의 악재도 터졌다. 남과 북의 화해조치로 수재 지원, 금강산 이산상봉 등이 이뤄졌지만 지속적인 교류협력의 모멘텀이 되지는 못했다. 베이징 남북 비밀접촉은 북한의 폭로 대상이 되고 말았다.


현 장관은 재임기간 북한의 특대형 도발이 연이어 발생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로 활용했다. 도발→대화→지원으로 이어지는 대북 저자세를 탈피하고 새로운 남북관계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과 비교된다.


현 장관은 “북한의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남북관계 발전이자 역사의 진보라고 확신한다”는 올해 초 발언을 통해서도 대북정책에 대한 원칙적 기조를 확인하기도 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꿋꿋이 대북 원칙을 유지해 우리의 협상력을 제고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핵실험과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어려운 시기에도 일관된 원칙으로 대북 협상력을 축척하는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현 장관을 ‘을사 5적’에 빗대 ‘경인 4적’이라고 했고, ‘미치광이’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그를 신임했다.


그러나 원칙을 유지하되 북한을 관리하기 위한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또 천안함 사건 이후 5·24 대북조치를 주도해 대북 강경 인사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야당을 비롯해 좌파세력들은 남북관계 경색 책임이 현 장관에 있다고 몰아세웠고 급기야 야4당은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현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원칙 있는 대북 정책으로만 북한을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보다 다양한 전술을 펴는 유연성 부족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 장관은 이 밖에도 탈북자와 북한인권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장관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활동에 앞장섰고 탈북자 출신 조명철 박사를 통일연구원장에 임명해 탈북자 고위공직자 시대를 처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