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북한 핵을 확실히 없애는 전략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번째는, 앞서 이 칼럼에서 언급했다시피, 북한의 핵전략이 3단계 즉 거의 최종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의 핵전략 1단계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고, 2단계는 핵무기 양산(量産)체제 진입이다. 3단계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경량화하여 무기급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미 핵탄두 운송수단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은하 3호’ 장거리 추진체 실험 성공으로 확보했다. 남은 것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인데, 안보관점에서 볼때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종합적인 핵능력 수준이 ‘초보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핵전략이 결국 남한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초보적 수준’이 대남전략 측면에서는 결코 ‘초보적’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난달 28일자 풍계리 위성 사진. 

김성환 외교장관은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2010년 북한의 원심분리기 시설이 공개됐고, 그것을 토대로 추산하면 무기급 농축우라늄이 어느 정도 추출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장관이 언급한 ‘2010년’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에 가서 농축우라늄 원심분리시설을 눈으로 확인한 시점이다. 따라서 김장관이 유추한 ‘어느 정도’란 ‘최소치’의 농축우라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1996년 가을 경 파키스탄과 농축우라늄 핵개발 기술을 도입하기로 밀약을 맺었다(황장엽 증언)는 것이며, 칸 박사도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기술이 파키스탄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1996년~2002년 10월(제2차 북핵사태 촉발)까지 6년, 그리고 이후에도 은밀히 농축우라늄 핵개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북한은 최장 16년 정도 개발해왔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의 천연 우라늄의 매장량과 품질은, 통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톱 클래스로 평가된다. 또 김정일은 선군노선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국가자원의 상당부분을 핵개발에 투입했을 것임은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 때, 비록 북한의 우리늄고농축 기술이 일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도, 북한은 자기네들이 생각하는 ‘충분한 수량’-황장엽 선생 표현으로는 ‘쓰고 남을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 그런가?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본다 해도, 북한이 미국이나 구소련처럼 수많은 핵무기를 만들어놓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남한과 일본, 주한미군, 주일미군을 협박대상으로 잡아놓을 수 있을 정도의 수량이면 충분하다. 만약 북한이 실제로 미국과 핵전쟁을 벌여 미 본토를 수중에 넣는 군사전략을 계획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신이상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국 서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은하 3호’ ICBM은 왜 만드는가? 그것이 바로 진짜 ‘대미 협상용’이며, 이번 3차 핵실험이 갖는 중요한 두번째 의미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과 경량화된 핵무기는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미국은 북한을 ‘악(惡)한 협상 상대자’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같은 위협수단이 없으면 미국의 관심을 확실히 끌어내기 어렵다.


만약 북한에 핵무기, 미사일이 없다면 북한체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자연스럽게 붕괴의 길로 갈 것이다. 핵무기 없는 북한은 경제몰락, 인권탄압, 탈북, 시장화, 먹이사슬형 부패, 외부정보 유입, 주민의 개방 요구 등등으로 체제를 하나로 묶어세우기가 어렵다. 핵무기가 있어야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압력에 체제 긴장을 유지할 수 있고, 체제 긴장이 유지되어야 주민 감시·통제도 가능한 것이다. 


북한정권의 대남전략 최종 목적은 ‘남한을 먹는 것’이다. 남북간 게임의 본질을 아주 간단히 말하면, ‘한반도에 살고있는 7500만 주민에 대한 단일정권을 최종적으로 어느쪽이 획득하느냐’이다. 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남북간의 권력투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남북관계 60여년의 본질이다.(이러한 게임의 본질을 가장 독하게 잘 알고 있는 부류가 역설적이지만 종북(從北)세력, 즉 대한민국 전복세력이다. ‘착한 좌파’ ‘착한 우파’들은 이 게임의 본질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통일’은 어느 쪽이든 ‘힘'(사상문화능력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 외교력)의 우열에서 결정나게 되어 있다. 남북간에 말(言)을 곱게 하든 험하게 하든, 선언문 · 협정문을 한 장을 쓰든, 수천 장을 쓰든 결국에는 실력에 따라 결판나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전민족대단결 10대원칙, 고려연방제, 반미 자주화, 우리민족끼리, 6.15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기 쪽으로의 통일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는 남한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비하면 정말 일관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이른바 ‘노동계급 혁명의 완성으로서의 통일’은, 이미 사회주의가 다 망한 지금까지도 ‘과도기 이론'(?)으로 멀쩡히 살아있다. 이는 지구상 한반도에 남은 마지막 블랙 코메디이기도 하다.    


어쨌든, 북한정권이 남한을 ‘먹는’ 데서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다. 그래서 먼저 미국이 남한에서 손을 떼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미북 평화협정을 맺고 한미군사동맹을 파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북한의 엄연한 생존전략이다. ‘남북간 권력투쟁’에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더 잘 생존하려면, 남한의 생존력은 상대적으로 더 약화되어야 하고, 한미군사동맹 파기는 남한의 생존력의 결정적 약화를 의미한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북한이 한반도에 끊임없이 군사긴장을 일으키고, 온갖 종류의 사고를 치는 이유도 직간접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견인해 내려는 목적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북한이 발표한 내용들을 과거와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1월 23일 북한 외무성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며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란 미-북 핵군축 회담이나 평화협정 회담을 열자는 주장이다.


국방위원회는 “우리는 핵과 미사일 시험이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24일 성명)고 밝혔고,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27일)가 열렸으며,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키는 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2월 3일).


일련의 주장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계기로 하여 한반도 정세운영을 ‘조선반도 비핵화 프레임’에서 ‘조선반도 평화협정 프레임’으로 분명히 가져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연극에 비유하자면 북한 핵전략이 이제 제3막이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1막은 1990년대 초 1차 북핵사태~제네바 합의(1994년)까지였다. 제2막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의 방북과 농축우라늄 핵개발 발각~6자회담~1,2차 핵실험과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2010년 11월 지그프리드 헤커 방북)까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은하 3호’와 핵탄두 경량화 실험(3차 실험)으로 제3막이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제3막이 향후 몇 장(場)으로 구성될지,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평화 무드’와 ‘긴장 무드’가 론도(rondo) 변주곡처럼 되풀이될지 알 수 없으나, ‘평화냐, 전쟁이냐’를 강요하는 북한의 협박은 좀더 거칠어질 것 같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북한이 한미군사동맹을 파기시킬 수 있는가? 물론 어렵다. 또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힘’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전략이 현실화되고, 2015년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어느 시점에서 북한의 핵전략이 대남 ‘비대칭 우세’를 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대략 5년 정도 지나는 동안 국민들의 의식속에 정말로 남북관계가 ‘평화냐 전쟁이냐’의 프레임으로 인식될 경우, 다시 말해 북한이 몰고가는 ‘평화냐 전쟁이냐’의 전략구도에 우리가 끌려들어갈 경우, 그때 가서 일부 사람들은 ‘평화’를 지지하는 것이 마치 2002년 대통령 선거 전 ‘반미’를 외친 사람들처럼 하나의 ‘패션 유행’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난동사태에서 보여준 ‘광화문 군중(mob)’들의 사회적 의식의 변이 과정을 객관화시켜서 한번 검토해보시라.


지구전(持久戰)에서 가장 먼저 지치면서 바뀌게 되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이다. 무기와 식량을 확보하지 못해서 지는 게 아니다. 앞의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남북간 한반도 단일정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시간싸움’의 성격이 짙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미국 중국이 힘을 합쳐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북한 핵무기는 오로지 ‘세습정권 유지’라는 한 가지 목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령을 결사옹위하기 위한 것’이다.  2400만 북한주민들은 핵개발의 희생자들이다. 북한주민들 중에 핵무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대다수 주민들은 핵무기보다 중국처럼 개혁개방하여 잘 살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핵무기와 북한정권은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에 둘 사이를 뗄 수 없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미국이 힘을 합쳐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밀어내는 일은 핵을 폐기시키는 것보다 훨씬 쉽다. 2400만 주민들이 모두 개혁개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노력보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밀어내기로 하고 한미중이 힘을 합치면 2400만 북한 주민들은 우리편(우군)이 된다. 남는 것은 세습 정권밖에 없다. 


북한에 개혁개방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이 새 정부는 핵개발에 매달리며 ‘선군정치’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제를 건설하고 민주주의를 잘해서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미국, 중국은 바로 이  전략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밀어내는 핵심 전략은, 이 칼럼에서 일관되게 언급해왔듯이, 개방화-시장화-정보자유화 추진이다.  한미중이 이 전략을 함께 추진하면 길어도 2년내 북한 핵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함께 열어가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추진하는 공식적인 ‘플랜 A’  대북정책이다. 하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이 ‘신뢰’를 파괴할 경우에 받쳐주는 ‘플랜 B 프로세스’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모여야 ‘한 세트’로써 ‘신뢰 프로세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플랜 B 프로세스’는 공개되면 안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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