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13핵합의 이후 북한 급변 가능성

▲지난해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13돌 중앙보고대회 ⓒ연합

1. 북 급변의 3가지 유형

① 체제유지 한계로 인한 급변(단기적 자체붕괴)

-김정일 정권의 위기관리능력 한계로 정권과 체제가 동시에 급변할 경우와 점진적인 정권 변혁이 체제 변화로 이어질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며 현재로선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음. 북체제 내구력이 병영국가형으로 아직 견고히 제도화되어 있어 핵카드로 활로를 개척한다면 당분간 점진적이고 실용적인 ‘자기변신’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임.

-그러나 김정일의 건강이상이나 핵위기관리 실패가 맞물릴 경우는 급변의 돌발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2ㆍ13핵합의는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임. 이 합의가 기존의 대외정책의 근본수정을 의미한다면 그 격변의 전개과정을 북 지도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보장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임. 작금 북의 국가 운영 동력은 임계점에 이르고 있음. 지난 10년간 급증한 탈북행렬 등 급속한 사회동원체제 이완 현상은 이미 심각한 당.정.군의 지휘 명령 통제 계통의 사기 저하를 가져오고 있으며 그만큼 돌발적 상황 발생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음.

② 개혁ㆍ개방 정책으로 인한 급변(중ㆍ장기적 체제 와해)

-2ㆍ13합의가 대미ㆍ대일관계 정상화 과정으로 이어진다면 이행한 형태이건 북체제의 개방적 변혁은 불가피해짐. 경제지원과 교류의 증진은 곧 인권문제와 결부되고 이는 폐쇄적 전제통치기구의 혁파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임.

-따라서 김정일 정권은 ‘주체조선’의 명분을 유지하면서 어디까지 대미ㆍ대일 관계 개선의 실리를 취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며 이 균형을 잃을 경우 장기적 체제 변혁 흐름을 피할 수 없을 것임. 중국의 경우 개방정책 10년만에 천안문 사태가 발생했으나 북한은 워낙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조그마한 개방적 바람도 단기에 충격적인 사회이반 현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음. 최근 인민군 경비대가 탈북행렬에 가담한 것은 이의 좋은 예임.

③ 남ㆍ북관계 급진전에 따른 급변

-북지도부 입장에서 남북관계급진전은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정착시키는 기회이자 동시에 기존의 안보논리를 ‘급변’시켜야 하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음. 기회는 북의 대남 통일전선전략 공세로 북 주도의 한반도 평화체제를 유도하는 것을 말하고 반면 위기는 만약 남한 대선에서 우파가 집권할 경우는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임.

-남의 금년 대선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북 지도부의 신년 초 선전선동 공세는 바로 이 같은 모험적 배짱에서 나왔음. 그러나 2ㆍ13합의가 북핵 포기의 검증과정을 수반하고 이는 곧 미국의 대북 당근과 채찍의 동시사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의 일방적 대남공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

-북지도부는 금년 내 남북 정상회담으로 ‘민족공조’를 정착시켜 이 문제를 풀고자하나 만약 미국 내년 대선까지 북핵 포기가 검증되지 않고 한국의 새롭게 들어선 우파정부가 확고한 한미공조로 대응할 경우, 김정일 정권은 기로에 처할 수 있음. 즉,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상황에 따라서는 북 정권에게 약이자 동시에 독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임.

2. 핵위기 관리 실패 시나리오와 급변사태 가능성

① 2ㆍ13 합의문 분석

-이번 합의문은 한마디로 미국과 북한 간 ‘정치적 빅딜’의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딜레마에서 벗어날 명분 즉, 탈출구가 필요했고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김정일 정권은 일단 실리를 취득할 돌파구가 필요했음. 그래서 이미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 영변 핵시설 ‘동결’과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전제로 단계적 중유 제공과( 총 100만톤)미국의 대북제재 ‘해동’의 빅딜이 성사되었음. 미.북 및 북.일관계 정상화는 보장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마디로 미.북 양측은 서로 크게 잃을 것이 없은 일종의 ‘시간벌기’에 우선 합의하고 본 것임.

-그나마 초기단계조치의 원칙적 합의여서 이른바 ‘행동 대 행동’의 후속조치는 각 분과위의 단계별 협상에 일임한 상태에 불과함. 무엇보다도 현재핵( 기 제조한 핵무기)과 과거핵(기추출한 50㎏ 상당 플루토늄), 그리고 미래핵(고농축우라늄시설-HEU)을 규명해야 하는 난관이 남아 있음. 또한 동시에 북한이 핵확산방지체제(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안전협정 재가입도 시급히 이루어야 할 과제임. 그래서 아직 2ㆍ13합의는 제네바 합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북지도부는 과거핵은 몰라도 미래핵과 현재핵 존재를 아직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김계관 부상 최근 발언) 그나마 이 문제를 이른바 비핵지대화라는 군축논리로 접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 즉 이 문제를 주한미군 완전철수 및 핵우산 제거의 한미동맹 해체와 또 다른 빅딜을 시도하려고 있음. 그럴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논란과 맞물려 핵위기와 6자회담의 장기화는 불가피해지고 그만큼 대북제재 지속에 따른 북 급변 가능성도 점증할 것임. 부시 행정부는 CVID원칙(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고수로 북한 핵무장의 기정사실화를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핵 폐기 과정 정착도 금년 말까지 시한부로 이미 정해놓은 상태이며 아직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음. 한국의 ‘민족공조’ 움직임에 대한 불신도 상당해 금년말 대선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음.

②북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문제

-김정일 정권이 당면한 내부위기는 다음의 5가지로 요약할 수 있음. 식량난, 에너지난, 외화난, 사회간접자본난(SOC), 그리고 후계체제 조기 구축난 등을 들 수가 있음. 이 다섯 가지는 모두 구조적이며 장기적 딜레마로서 상호시너지 효과를 내면 급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2ㆍ13핵합의로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코자 한 것임.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과 한국의 대북지원이 조건부화 되어있고 6자합의의 틀에 묶여 있기 때문에 김정일이 임의로 핵위기 관리를 주도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되어 있음.

-이 5개의 내부 위기는 시간이 결코 김정일 정권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음. 핵포기 과정이 검증의 투명성 보장을 의미하고 이는 곧 모든 핵 프로그램 및 시설의 ‘개방(open access)’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상대적으로 길고 또 그만큼 대북지원과 보상이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조건화 될 수밖에 없음. 작금 최악의 식량 및 에너지난 그리고 외화난의 3각 파도에 휩싸여 있는 김정일 정권이 과연 이 과정을 무리 없이 감내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움. 이는 남북장관급회담과 미국의 대북금융제제 해제(BDA) 그리고 2ㆍ13핵합의문의 중유 제공의 절차적 요건에 잘 반영되어 있음.

③ 핵카드는 후계체제 구축과 직결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체제 논의를 내부적으로 중단시키고 중국 정부내에서 post 김정일 군부 집단지도체제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후계체제 구축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음. 현 여건에서 이 문제는 인민생활 파탄과 사회동원체제 약화 그리고 인민군의 지휘, 통제, 통신, 정보 체계의 이완 현상을 극복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김정일 카리스마만으로는 풀 수가 없게 되어 있음. 김정일의 건강은 또한 잠재적인 최대의 변수로 남아 있음도 감안해야 함. 3대째 권력 세습에 대해서 군부를 중심으로한 권력층 내부에서도 불만이 내연하고 있다는 중국측 정보가 나오고 있으며 이 여건에서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유고되면 정권의 급변사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

-따라서 핵카드는 김정일정권 차원을 넘어 후계체제 즉 ‘주체조선’이 ‘강성대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여부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정치ㆍ군사ㆍ경제적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임. 더욱이 이미 핵실험을 단행한 ‘핵보유국’으로서 입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마당에 경제적 보상 협상을 통해 체제유지 버팀목을 포기한다는 것은 북지도부로선 자멸행위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음. 즉 지금 북지도부는 이미 파키스탄 모델을 정착시켜가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미국과 중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최대한 시간끌기전략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음. 그러나 앞서 분석대로 만약 이 시간벌기 위기관리전략이 실패하면 북정권과 체제의 급변과정이 소용돌이 칠 수 있음.

3. 평화체제 전환론과 한반도 급변사태

① 미북관계 급진전과 평화체제론

-미국이 최근 대북정책을 유화적으로 급선회한 것은 기존의 강경노선의 수정이라기보다는 중간선거후 정치적 여건변화로 인한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한 성격이 짙음. 즉 김정일 정권의 교체(regime chage)대신 태도전환(regime transformation)를 위한 직접담판을 택한 것이며 k아직 기본적인 불신은 건재함. 이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임. 대북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제의는 따라서 남북한 모두에게 기회와 동시에 도전을 주고 있음. 한반도 위기관리 주도권을 먼저 선점하면 기회가 되고 실기하면 바로 자체가 ‘급변’의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임.

– 금반 미ㆍ북 관계 정상화 실무회담에서 미국측이 북측에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설득한 것은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고 있으며 이 회담이 금년을 넘길 수 없음을 최후 통첩한 것으로 볼 수 있음. 북지도부는 따라서 2ㆍ13 초기조치를 이행할 것이며 올 상반기 중 나름의 ‘성의’를 보일 것이나 미국의 대북제재는 법적ㆍ제도적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늦게 풀려 북 지도부내 갈등을 야기할 여지도 있음. 여기서 강.온파간 논쟁이 속도조절론으로 이어지면 흡사 김일성 주석 사망 직전 김정일과의 남북정상회담 언쟁 같은 위기 분위기가 조성돼 급격한 상황 변화가 초래될 수도 있음.

② 남북관계 급진전 VS. 급변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위협을 과소평가하고 핵무장 그 자체를 방어용으로 합리화한 발언을 거듭함으로써 이미 우리의 대북 핵협상 입지를 약화시켜 놓았음. 즉 북핵 실험 이전과 다름없는 포용정책을 천명한 것은 북 지도부로 하여금 “남조선은 핵협상 상대가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시킨 결과를 초래하였음. 그래서 이번 2ㆍ13합의에서도 남측은 스스로 ‘중재역’을 자임하며 사실상 북의 입장을 전달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고 협상 주도권은 북측이 일방적으로 행사했음(김계관: “남측 협조에 감사한다”는 발언).

-따라서 이 상황에서 성급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평화체제를 명분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북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게 하는 위험을 야기할 수 있음. 이는 지금까지 우리 측이 정상회담을 거듭 ‘간청’해 왔고 북측은 이를 ‘허용’하는 고답적 입장을 견지해 온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음(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이럴 경우 겉으로는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남측의 대북정책과 안보기반이 먼저 ‘급변’하는 모험에 처할 수 있음. 이는 지금 북한이 꿈 꿀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음.

-그러나 정상회담 개최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대선에서 우파정권이 들어서고 한미동맹 강화 등 안보정책이 우선시 되면, 그 반대의 경우가 현실화 될 수도 있음. 병영국가인 북체제 특성상 일단 대남정책이 유화적 선회를 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어떠한 형태이건 개혁.개방의 물꼬가 터져 곧 체제변혁의 잠재역량에 기폭제로 작용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임.

-중국의 태도가 변수이나 중국은 남북한 관계 안정과 북체제 존속을 전체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북체제 자체요인에 의한 급변에는 ‘조선반도 비상대책’으로 별도로 대비하고 있음. 이는 광범위한 정치.경제.군사대책을 포괄하고 있음. 그러나 한미동맹이 건재하는 한 한미연합군과 직접 충돌을 야기하는 ‘점령적’ 의미의 군사적 개입도 원치 않는 만큼, 기본적으로 중국의 이른바 북한지역의 ‘동북 제 4성화’ 시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음.

4. 종합판단 : 위기의 한반도

① 북핵 문제 근본 해결 추구는 결국 북체제 급변과정과 맞물릴 수 있다.

북핵 문제의 근본해결은 곧 북체제 개방을 의미하므로 실질적으로 북체제 급변 가능성을 예고함. 따라서 북핵 문제의 장기화는 피하기 어려우며 그 만큼 한반도 위기는 구조적 딜레마에 처할 것임. 김정일 정권이 핵카드를 포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음. 핵개발이 과도기적 군사력 건설이 아닌 장기적 국력건설(nation building)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임. 역사적으로 볼 때 국력건설 목표로 추진해온 핵개발은 단순히 보상 협상만으로 포기한 전례가 없으며 더욱이 이미 핵 실험을 단행한 국가가 비핵화를 주도한 사례도 없음. 따라서 북핵 문제의 근본 해법은 결국 북 체제 변동에서 찾을 수밖에 없음. 이것이 KOREAN DILEMMA임.

② 성급한 평화체제로 전환은 남한의 ‘급변’도 야기할 수 있다.

대선전략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평화체제 구축을 시도한다면 이는 사실상 6ㆍ15공동선언에 명시된 인위적인 ‘낮은단계 연방제’ 통일을 지향할 것이 자명하므로 북한보다 오히려 우리체제가 먼저 ‘급변’할 최악의 경우도 발생 할 수 있음. 과거의 중국 내전시 ‘국공합작’식 연합이 북의 통일전선전략으로 유도되면 극단적인 경우 예멘식 내전 통일로 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 할 수 없음. 이러한 뜻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난다”는 북한의 공갈과 우리 일각의 친북세력들의 준동은 다가올 ‘천하대란’을 예고하는 듯함.

③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는 북 급변시 우리군의 개입능력과 우리체제 급변시 위기관리능력 모두를 마비시키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단독개입능력의 한계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자체 지휘ㆍ명령ㆍ통신ㆍ정보체계(C⁴&I)의 마비 때문임. 한마디로 한미안보동맹은 당분간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급변을 막고 동시에 북의 급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 과정을 최대한 실무적으로 순연시켜 나가야함. 북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점차 임계점을 향해가는 현 시점에서 이것 외에는 우리에게 달리 실질적 대안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임.

남주홍/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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