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대홍수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 폴 리슬리 대변인 ⓒWFP

대규모 수해를 겪은 북한 지역에 2차 피해로 질병이 확산될지도 모른다고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경고했다.

WFP 방콕사무소의 폴 리슬리(Paul Risley) 대변인은 20일 데일리N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엔 긴급합동조사단을 2개 도 6개 군에 파견한 결과 광범위한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식수의 부족으로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질병이 발생한 피해 지역에 방역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전염병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중반 대홍수 이후에도 식량부족과 함께 파라티푸스 등 각종 질병이 만연해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리슬리 대변인은 대기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995년 대홍수만큼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리슬리 대변인은 “곡물의 1/3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잠겨서 못쓰게 됐다. 사회간접자본들이 파괴됐고 많은 가축들이 떠내려갔다”면서 “북한 정부는 두 개의 도에서 3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추수량의 감소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와 WFP에서 많은 양의 식량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1995년 때와 같은 대기근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수해가 발생한 직후 이례적으로 평양에 있는 UNICEF와 WHO, WFP 등 유엔기구 관계자들이 피해 지역에서 현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북한의 홍수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지난 17일부터 유엔 긴급합동조사단을 황해북도, 함경남도 지역의 6개 군으로 파견했다. 이 지역을 사흘간 조사한 결과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곡물의 1/3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잠겨서 못쓰게 됐다. 사회간접자본들이 파괴됐고 많은 가축들이 떠내려갔다. 최근에는 식수의 부족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각종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

북한 정부는 두 개의 도에서 3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두 개) 도마다 각각 2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8만8천명이 집을 잃었다.

– 이번 수해로 북한 주민들이 식량이나 주거, 의료 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추수량의 감소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농경지를 복구하기 위해 내년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홍수 피해도 대비해야하고,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 WFP는 수해 발생 이전에도 북한의 식량사정 악화에 대해 우려해왔다. 이번 수해로 인해 지난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아사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지금 상황이 1995년에 일어났던 홍수만큼 심각한 상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추수량이 작년보다 매우 줄어 들 것이다. 하지만 북한정부는 더 많은 식량을 수입할 수 있고, 또 많은 양의 식량지원을 남한과 WFP로부터 받을 수 있다.

– 북한에 한달 간 총 50만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긴급식량지원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측에서 답변이 왔나?

우리는 북한정부가 어느 도에 먼저 식량을 보내 줄 것인지 조사단에 요청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오늘 중 지원 식량의 일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피해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피해의 범위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까지 조사된 피해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체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지원) 식량 배급이 시작되어야 한다.

– 앞으로 수해 지원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북한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남한에서도 (지원 물자를) 받고 있다. 우리는 지원프로그램이 9월에 더 확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 전역에 더 많은 양의 긴급 식량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 지원된 식량이 취약 계층이나 지방에 제대로 배분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식량의 배급은 지방 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배급을 모니터링 할 수도 있다. 식량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터뷰/번역= 권은경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