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고위급회담과 뭐가 다른가

수석대표는 총리급으로 똑같지만 1990년대 고위급회담과 15년 만에 열린 남북총리회담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대표단의 면면부터가 달라졌다.

1990년대 고위급회담에는 남측에서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차장, 통일원 차관, 외교안보연구원장, 국방부 군비통제관 등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인민무력부 부부장, 대외경제사업부 부부장, 외교부 순회대사 등이 참가했다.

고위급회담 때는 당시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한국 정부의 북방외교가 본격화되면서 고립감을 느낀 북한이 군 인사와 외교관까지 포함해 한반도 안보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대표단을 구성한 셈이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남북화해와 남북불가침, 교류와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기본합의서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군사공동위원회도 만들어졌다.

반면 15년 만에 열린 이번 남북총리회담은 달라진 남북관계를 반영해 대표단이 꾸려졌다.

총리를 수석대표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경제, 산업, 건설 등 전문분야 차관급 인사들이 대표로 참가하면서 군 인사는 배제됐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야별로 빠르게 진전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분야는 남북 간에 이미 장성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데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평양에서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열리며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에 합의해 이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문제에 논의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협력이 진행되면서 경제문제도 표피적으로 논의하기 보다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논의 영역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총리 회담은 ‘2007 남북정상선언’의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다.

사실 고위급회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논의만 다루면 됐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여기에다 1990년대 고위급회담과 이번 총리회담은 이동방식에서도 달라졌다.

고위급회담 때는 북측 대표단이 기차나 차량을 이용해 판문점을 넘어 서울의 회담장으로 이동했으나 이번에는 서해 직항로로 전세기를 이용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급회담은 남북관계가 전무하던 상황에서 기본합의서를 도출해 내기 위한 회담이었던 반면 이번 총리회담은 기존에 이어온 남북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회담”이라며 “6자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및 장성급회담 등 다양한 회담 채널이 만들어지고 500회가 넘는 남북회담이 있었던 만큼 고위급회담과 동일한 형태로 열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와 환경에 따라 남북회담의 양태와 논의구조도 진보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