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이후 화석화된 임수경의 對北인식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탈북자 사회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탈북자들은 긴급 집회를 열고 임 의원의 공개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탈북자인 기자 역시 임 의원의 발언은 있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4일 그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집회 내내 그에 대한 분노보다 복잡한 마음이 앞섰다. 
 
탈북자들은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던 그를 ‘통일의 꽃’이라 부르며 열광했고, 방송에서 임수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섭섭했을 정도로 그를 동경했다. 그랬던 탈북자들이 거리에 나와 그의 사진을 불태우면서 분노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착잡했다.


탈북자들의 분노는 단지 탈북자를 향해 던진 욕설과 막말 때문만이 아니다. 인권의 불모지인 북한사회서 수도 없이 많은 욕설을 들었고, 탈북 후 현재까지도 북한으로부터 갖은 모욕과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


임 의원의 발언을 보면서 북한과 주민에 대한 인식이 그가 방북해 환대를 받았던 1989년에 멈춰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토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동경했던 임 의원이 북한의 현실에 대해선 눈과 귀를 막고 북한 권력자들과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그가 ‘변절자’라고 한 말이 그렇다.


탈북자들은 한 때 북한에서 당과 수령을 위해 총폭탄이 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기자도 북한 당국의 허위 선전에 속아 김정일 수령독재체제에 일조했다는 측면에서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북한을 탈출한 것을 변절이라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김정일 체제에 속아 수령을 위해 총폭탄이 되는 것이 최대의 영광이라는 신념이 잘못됐다는 것을 탈북을 통해 깨달았다. 이는 변절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회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정상적인 사회로 이주한 것으로 오히려 독려할 일이다.


특히 임 의원의 발언은 북한 주민들에게 뼈아픈 상처가 될 것이다. 아직도 대다수 북한주민들은 통일하면 임수경을 떠올릴 만큼, 임수경을 ‘통일의 화신’으로 여기고 있다.


탈북자 대부분의 가족들이 아직도 북한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탈북자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대해 배우고 동경하고 있다는 것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임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이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이들이 남한 사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지 걱정된다.


결국 임 의원의 폭언은 2만4천명의 탈북자들과 북한 땅에서 수모를 받고 있는 우리의 형제자매들, 중국 땅에서 방황하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오직 수령의 총폭탄이 될 것을 강요받는 사회서 자유와 행복을 찾아 탈북하는 북한 인민들에게 어찌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겠는가.


임 의원에게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 평양축전 당시, 21살의 뜨거운 마음으로 북한을 바라봤다면, 이젠 남한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북한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냉철한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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