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적 책무가 무겁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25일) 취임했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자, 처음으로 아버지에 이어 딸이 대통령에 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짊어지고 30년 만에 다시 청와대로 입성하는 박 대통령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아버지가 기틀을 이룬 ‘조국 근대화’에 이어 본인도 ‘국민 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질 것으로 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신이라는 오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기틀을 놓았다는 공을 높게 평가받는 만큼 2세인 박 대통령도 현충원 문구에 기록한 대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열어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국민들도 박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해결, 복지 확대, 양극화 해소 등의 요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우리는 박 대통령에게 놓인 국내외의 수많은 시련과 도전 가운데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북한 문제가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쳤고, 이를 빌미로 미국의 지원 아래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성큼성큼 진행되고,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밀월 관계를 약속하는 등 북한 문제가 동북아 안보의 최대 위협요소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권력 교체를 통해 새 정부를 출범시키고 있지만 동북아 안보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라는 구시대의 틀이 오히려 굳어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러한 대결구도가 북한 문제로 증폭, 심화되는 측면을 볼 때 북한문제 해결은 단순히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의 요체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안보는 튼튼히 하되 북한과 다양한 교류 협력을 통해 탄탄한 신뢰를 구축,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직접 “북한이 찬물을 끼얹고 어깃장을 놓고 할 때에는 이것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할 만큼 향후 대북 기조에서 당분간 안보와 제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


인수위도 21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신뢰프로세스 일환으로 제시됐던 서울·평양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개성공단의 국제화,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 등에 대해 “북핵 상황의 진전을 고려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5년 내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은 일정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1년이 지나서야 당면하게 된 핵실험 정국을 취임 전부터 맞이한 박 대통령의 고심은 이래저래 클 수밖에 없다. 당분간 국민 여론과 국제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본인이 평소 안보적 소신으로 밝혀온 도발에 대한 분명한 책임 차원에서도 핵실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줘야 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이러한 국제적 제재로 해결됐다면 열 번도 넘게 해결됐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 제재와 대화, 지원과 압박, 상호주의와 교류협력 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서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묘한 전술이나 외교적 줄타기가 아니라 한국이 한반도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인의식, 그리고 북핵과 북한 문제를 동시에 풀 열쇠를 찾는 현명함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1년 차이로 집권했다. 김정은이 3대 세습 정권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제 30대에 들어서는 젊고 경험이 미천한 지도자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자신의 권위를 증대하고 내부를 결속시키는 사업에 주력해왔다. 핵과 미사일 실험, 가계 우상화 강화, 군부 숙청과 사회통제 등 김정은 권력기반 강화를 위한 시도들은 부분적 효과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그가 얼마나 조급하고 불안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 문제 해결은 이 젊은 독재자의 집권이 최대한 단명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며, 희생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 해결을 통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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