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선 ‘北인권법’ 꼭 통과시킬 것”

▲ 18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재발의한 황우여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의원 회관 의원실에서 ‘데일리엔케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NK

지난 17대 국회에서 정부 및 여당의 반대로 법안 상정조차 되지 못했던 ‘북한인권법’이 18대 국회에서 재발의됐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일 18대 국회의 개원보다도 앞서 23명의 의원들과 함께 이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재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지난 17대 때 폐기됐던 법안을 원안으로 삼아 북한인권NGO들의 제안까지 포괄해 작성됐다. 18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22일 황우여 의원을 만나 법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어봤다.

황 의원은 이번 법안의 특징을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의 선언”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국가의 의무라고 규정하고, 이를 조항에 구체적으로 포함시킨 것.

대표적으로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사 직책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등의 활동에 협력하도록 했고 ▲통일부에 북한인권정책에 대한 자문을 청취하기 위한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할 것을 명시했다.

이 외에도 법안에는 ▲통일부 산하에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단을 설치하고 ▲통일 교육 중 북한인권교육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도록 했으며 ▲대북방송 재개 및 민간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 ▲북한인권NGO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황 의원은 18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북한인권법’을 시급하게 꺼내 들게 된 문제의식에 대해 “세계 역사상 북한인권문제만큼 화급한 사안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것 같으면 내일 해도 되고 모레 해도 되지만 (북한인권문제는) 오늘 하루에도 몇 명이 죽는지 알 수 없는 긴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18대 국회 임기동안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다른 나라에선 이미 만들어진 법을 당사자인 우리가 안 만든다면 후손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라며 “야당이 걱정하는 것은 (북한인권문제 거론으로 인한) 남북관계의 경색일텐데, 인권문제는 우리가 양적으로 가감할 수 있고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는 절대적인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의 의미에 대해 “기록한다는 것은 사실 어떠한 형벌이나 응징보다 강력한 효과를 낳을 수 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보장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가인권위 산하에 기록보존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과 민의 역할이 따로 있는 만큼 각각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필요에 따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황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당에 와서 이제는 북한인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18대 국회 임기 동안 한나라당 내에서 북한인권과 탈북자, 납북자 문제에 관한 활발한 활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인권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은 황우여, 한선교, 유기준, 신지호, 조전혁, 김소남, 이경재, 김효재, 구본철, 이한성, 송영선, 정양석, 안상수, 이종혁, 박상돈, 이화수, 이정선, 김성회, 현경병, 윤상현, 이학재, 진성호, 조진형 의원 등 총 23명이다.


[다음은 황우여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지난 4일 17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북한인권법안’을 재발의했다. 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북한인권법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역사상 북한인권문제만큼 화급한 사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 같으면 내일 해도 되고 모레 해도 되지만 (북한인권문제는) 오늘 하루에도 몇 명이 죽는지 알 수 없는 긴박한 사안이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가급적 빨리 통과를 촉구하고 주의를 환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7대때 폐기됐던 법안을 즉각 처리하기 위해 18대 개원 즉시 발의하게 됐다.”

– 이번 법안은 ‘북한인권단체연합회’ 회원 단체와 협의를 거쳐 일부 수정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추가로 포함되었나? 이 법안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선언했다. 북한인권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고, 북한인권의 기본적인 개선에 대한 장기 계획 발표는 물론 이것을 지원하는 조항들이 담겨있다.

부끄럽지만 우리보다 앞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미국과 일본의 법안에는 대북방송에 대한 조항이 포함됐다.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에 대한 걸 깨닫게 하고, (북한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맥을 잡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인권에 대한 정당한 접근을 하려는 것이다.”

–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두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최근 북한인권 NGO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의 민간의 노력과 성과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반관반민’ 형식의 독립특수법인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관(官)이라는 것은 정책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테두리 안에서 일하기 쉽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정된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과 관이 따로따로 운영하되, 연계해서 함께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민간의 활동에도 지원은 하되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있을 때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고 징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용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용서와 망각은 다르다. 그야말로 정의에 반하는 일은 냉정하게 기록해야 한다. 기록한다는 것은 사실 어떠한 형벌이나 응징보다 강력한 효과를 낳을 수 있고 후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민족이 겪은 여러가지 반인권적 사건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제3국의 탈북자들이 겪는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서도 상세하고 정확한 기록으로 남겨놔야 한다. 그 자체가 후대에 귀중한 사료가 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보장책이 될 수 있다. 기록보존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송환 문제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부 산하에 기획단 설치를 제안하고 있기도 한데, 일본의 경우 총리실 산하에 납치문제 담당 대사까지 두고 있다.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더 적극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그동안 NGO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납북자 명부를 확인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총력을 다해서 그분들의 생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족들에게 줘야 한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가족들이 만날 수 있게 하고 송환을 위해서도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그야말로 최소한의 호혜의 원칙에 따라 북한도 남쪽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남북간 협의, 교섭, 상통하는 일에 반드시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는 북핵 못지않게 선결되어야 할 문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사회는) 납북자들의 수가 대량이기 때문에 감각이 무뎌졌다. 그러나 가족은 양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납북되었다면 이들이 서로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권 중의 인권이다. 북한이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만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여당이 됐기 때문에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낙관적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17대 국회 때에는 우선 정부가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법안을 제출하려고 하면 외교부나 통일부나 여러가지 이유를 거론하며 반대했다. 국회에서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측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랐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인권과 관련한 4가지 입법 모두 상임위에서 논의되다 말았다. 이제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통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야당이 걱정하는 것은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이 싫어하는 문제를 언급하면 햇볕정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부분도 일면 타당성은 있지만 인권문제는 우리가 양적으로 가감할 수 있고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는 절대적인 명령이다.

국가가 기본적인 국가정책을 세울 때 인권문제를 절대적인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도 인권문제가 논의되어야 하며 (북한이 거부한다면) 유엔 차원에서 토론하자고 하면 된다. 남한과 북한은 모두 유엔 회원국이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도 얘기할 수 있는데 거론조차 안 하는것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정부의 입장은 정해졌다고 본다. 이제 소수 야당의 의원들만 남았는데 근본적으로 낙관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는 한마음으로 정치인들의 결단을 요구해주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선 이미 만들어진 법을 당사자인 우리가 안 만든다면 후손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조금 늦긴 했지만 18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를 시켜 세계 각국과 함께 우리 동포들의 문제를 나눠야 한다.”

– 이번 국회에는 특히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북한인권과 관련한 입법활동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선의 젊은 의원들이 당에 와서 이제는 북한인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일하고 싶다고 얘기를 많이 해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법안 발의에도 초선 의원들이 동참했는데, 워크샵 등 의원들의 회합 자리에서도 이런 의견을 자주 나누고 있다.”

– 이번 법안에는 북한인권자문회의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북한인권대사 임명 등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어느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하나?

“기억을 돌이켜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금까지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북한인권문제가 얘기되고 있다. 여기에서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앞에서 가진 첫 시정연설에서도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을 언급했다.”

–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도 탈북자 및 납북자, 북한인권과 관련한 특위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북한인권 문제를 외국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잘못이라고 본다. 북한 주민들은 우리의 동포일 뿐 아니라 유엔의 정신에 따라 국가를 초월해서 얘기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인권 보장은 유엔에서 결의된 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하고 해야 할 역할도 있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회인권포럼에서도 제일 중요한 현안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북한자유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과의 공조 하에 이 문제를 대처하려고 한다. 기존의 기구를 통해서 힘을 합하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 앞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발의가 됐으니 이제 곧 정책위나 각 당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이 들어갈 것이다. 가급적이면 빠르게 통과시키고 싶다. 특히 중국에 있는 탈북자 문제가 시급하다. 탈북자 문제는 캄보디아, 라오스, 중국의 인권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인권상황을 새로운 차원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차원의 인권재판소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 마지막으로 데일리NK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북한에 대한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보도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시대의 새로운 인권의 선구자다. 인권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땀과 피로써 쟁취하는 것이고, 후손에게 보존해서 넘겨주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힘을 합쳐서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