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옥살이 석달윤 씨 “용서하겠다”

1980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가 발표한 `진도간첩단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22일 간첩방조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을 복역했던 석달윤(75) 씨 등의 재심 공판에서 석 씨와 박공심(70.여) 씨, 장제영(81) 씨 등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영장 없이 50일 동안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가족과 변호인을 만나지 못한 채 몽둥이 구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송곳으로 다리 찌르기 등 혹독한 고문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이들의 당시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중정이 아닌 검찰에서도 범행을 자백했지만 이는 진술을 바꾸면 더 무서운 고문을 하겠다는 중정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으로 검찰에서의 자백 역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판 절차를 몰라 범행을 완전히 부인하지 말고 적당히 자백해야 한다는 말을 국선변호인으로부터 듣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석 씨는 월북했다 간첩으로 남파된 먼 친척 박모 씨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고 진도마을 바닷가 경비상황 등을 알려준 혐의(간첩방조 등)로 1981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8년까지 18년 동안 옥살이를 했고 나머지 두 사람도 같은 사건에 연루돼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만기출소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이 사건은 남파간첩이 `북한에서 들었다’는 막연한 진술을 근거로 중정 수사관들이 석 씨 등을 붙잡아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자백을 받은 조작사건이라며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심 도중 석 씨 조사에 관여한 중정 수사관 5명이 작년 12월 증인으로 나왔지만 이들은 고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석 씨는 재판이 끝난 직후 “1980년 한여름에서 오늘까지 29년의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모진 세월 속에 웃음을 잊고 한숨 속에서 살아왔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는 “(고문을 한 중정 수사관들을) 이제는 용서하고 싶다. 독재정권 속에서 살기 위한 방편이었을 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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