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딸까지 온가족 모여 필로폰 흡입”

▲ 북한 주민들이 마약을 흡입하는장면 ⓒTV아사히

사례1. 지난 4월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신의주로 출장을 나온 북한 ○○무역회사 무역상 홍성기(가명, 46세)씨가 수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 씨는 함경남도에서 채취한 수산물을 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둥(丹東)시에 판매해왔다. 홍씨는 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해산물 거래를 시작해 큰 돈을 벌었다. 북한에서 말하는 소위 ‘신흥부자’에 해당한다.

홍 씨의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북한에서는 드문 키 176cm에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사내가 갑자기 사망하자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뒤늦게 밝혀진 홍 씨의 사망경위였다.

홍 씨는 헤로인(Heroin) 중독자였다. 구체적인 사망원인은 헤로인 과다 복용에 의한 수면사였다. 신흥부자로 떵떵거리며 살던 홍 씨의 삶은 3년 전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비뚤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마약 중독의 덫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고 말았다.

홍 씨를 잘아는 한 북중무역업자는 “생떼(멀쩡한)같은 사람이 죽었으니 가족들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돈이 많아서 마약에 손을 댔다며, 주변에서 돈이 죄라는 말을 하더라”고 말했다.

“필로폰 흡입하고 설탕물로 목 헹궈”

사례2. 같은달 신의주 시내 한 가정집. 희미한 배터리 불빛에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4명의 남자가 주패(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이 4명의 남자는 시장에서 가전제품을 되파는(중개)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평범한 북한 남자들이다.

이들은 한판에 북한 돈 1천원(약 350원)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흘러 새벽인데도 사내들은 주패 놀이에만 여념이 없다. 그리고 가끔씩 은박지에 흰가루를 태워서 코로 연신 흡입한다. 그들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라고는 엿보이지 않는다. 눈만 빨갛게 충혈된 상태.

도박에 정신이 없는 방안에 이따금 설탕 물을 풀어달라는 사내들의 요청이 나온다. 집주인의 아내가 설탕을 물에 타 들락거린다. 이들은 집단으로 필로폰(메스암페타민, 히로뽕)을 흡입하며 도박을 하는 상태. 필로폰을 들여마시면 목구멍과 입안이 써 설탕물로 입안을 헹구어 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북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고위 간부나 일부 상류층에서만 몰래 통용되던 마약이 이제는 무역업자들과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택가에서 여러 명이 도박을 하며 함께 필로폰을 흡입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졌다.

마약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는 시각을 북한에 적용하면 오산이다. 북한은 마약의 광풍지대가 돼가고 있다. 어린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대부분은 직접 북한에서 생산한 것이다. 북한은 ‘백도라지 사업’으로 불리는 국가적인 아편재배 사업을 진행해왔다. 대표적인 마약 제조공장으로 함경북도 청진의 나남제약공장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마약생산의 본거지로 함흥이 주목받고 있다. 평양과 청진, 신의주에서 암거래 되는 마약류에 대해 함흥산이라고 하면 신뢰할 정도다.

북한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마약은 필로폰이다. 하얀 알갱이 모양이어서 주민들은 ‘얼음’이라는 은어를 사용한다. 얼음은 다시 정제 정도에 따라 ‘총탄’과 ‘아이스’로 구분된다.

▲ 일명 아이스로 불리는 마약 ⓒ데일리NK

그 다음으로 헤로인과 몰핀 순이다. 북한에서는 헤로인을 알약 형태로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함흥에서는 그 질에 따라서 필로폰(정제 아이스) 1g에 북한 돈 1만~1만5000원(약 3500~6000원), 알약은 한 통(30알)에 1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北 주민들 마약복용 어디까지 왔나

6월 초 데일리NK가 단둥시에서 만난 북중무역 상인, 친척방문을 나온 북한 주민을 통해 들어본 북한의 마약실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은 함경남도 함흥과 수도 평양에 마약 중독자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중국 단동으로 친척방문 나온 최명길(가명)씨. 최 씨는 중국에 있는 고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 여권을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중국에 나왔다.

최씨는 함흥 주민들의 마약복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함흥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다고 보면 된다.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거리 버스, 컨테이너 운송차 운전수들도 많다. 심지어 보안서(경찰) 보안원까지 마약에 손을 댄다”고 말했다.

“함흥 주민들 사이에는 소량의 마약 복용은 병 치료에 아주 좋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감기 몸살이나 설사병, 혈압, 안면마비로 입이 돌아갔을 때 필로폰이나 알약(헤로인)을 흡입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 모두가 그렇게 안다”고 말했다.

최씨의 주장에 따르면 함흥시 주민들이 마약(필로폰, 헤로인)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헤로인은 본래 아편제의 진통효과는 유지하되 의존성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어 통증완화, 감기치료, 모르핀 및 아편 중독자 치료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진통효과가 모르핀의 10배 이상인만큼 유해성도 여타 마약보다 크고, 쉽게 의존성이 생겨 만성중독에 빠지게 되고 사용을 중지하면 금단증상을 일으킨다.

최씨는 “사람마다 횟수와 중독 여부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쌀밥 먹고 사는 함흥 사람들은 대부분 한 두 번 경험이 있다고 보면 된다. 나도 감기몸살로 온몸이 뼈가 쑤시듯 아파 헤로인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파도 마땅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지만, 마약은 주위에 넘쳐나니 치료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업자들 마약 중독 더욱 심각”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인 조선족 무역업자들의 고백은 더욱 놀랍다. 현재 중국 단동에서 북중무역을 하는 김정애(가명)씨는 북측 대방(무역업자)들 때문에 고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김 씨의 고민은 북측 대방들의 마약중독이다. “평양이나 신의주에서 나오는 북측 대방들이 마약에 중독 되다 보니 시간과 약속 개념 자체가 무뎌진데다 전화도 잘 안받고 부탁한 일들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 씨는 “신의주에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가정부인들까지도 마약을 하다 보니 마약에 손을 안대면서 유능한 젊은 대방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함북 청진 출신 서명옥(가명) 씨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 씨는 중국 단둥에 친척방문을 나온 30대 후반의 가정주부이다. 서씨는 “애 아빠도 마약을 한다. 가끔은 저녁에 함께 하자고 권하는데 나까지 하면 누가 돈을 벌어 애들 먹여살리겠나. 남편 시들어 가는 꼴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말했다.

서 씨는 “시아주버니와 형님네 가족은 17살 난 딸까지 세식구가 저녁이면 함께 필로폰을 한다”고 말해 기자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현재 북한의 대도시 4인 가족의 평균 생활비는 북한 돈 5~10만원(약 2~4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도시 일반주민들은 대부분 이 정도의 소득으로 식량(쌀)과 연료(석탄), 채소를 해결한다.

최명길 씨는 “5만원이면 4인 가족이 하루 세끼 이밥(쌀밥)은 못 먹어도 강냉이 섞은 공깃밥에 김치정도는 먹을 수 있다”면서 “그래도 10만원 정도는 돼야 하루 세끼 이밥에 일주일에 고깃국이라도 한번 먹고 등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달에 10만원이 넘게 쓰는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게 확실하게 자리가 잡힌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시장에서 국수장사를 해도 한달에 5만원은 번다. 함흥 같은 시내에서 한달에 5만원도 못 버는 가정은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신의주에서는 강냉이밥에 죽먹으며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한달 소비가 10만원이 넘으면 4인 가족은 배고프지 않게 살 수 있다. 마약이 집중 침투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소비 수준이 10만원이 넘는 계층이다.

최 씨는 “벌이가 10만원이 넘게 되면 대부분 한두 번 마약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함흥 상류층에서 열 명당 한 명은 중독자로 보면 된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의 마약복용 형태는 크게 두가지다. 단순 병 치료용으로 마약을 1, 2회 사용해본 경우다. 감기몸살이나 아이들 병치레에도 마약이 사용된다.

문제는 소비수준이 월 10만원 이상인 가정에서 병 치료 목적을 넘어 마약을 상습 복용하는 경우다. 이들은 마약 중개상의 집중적인 타겟이 돼 지속적으로 마약 복용 유혹을 받는다.

북한 주민들을 마약중독으로 내몰리는 이유

북한 주민들이 이처럼 쉽게 마약에 빠져드는 원인은 대략 세가지다.

무엇보다 누구나가 너무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있다. 함흥이나 신의주, 평양에서는 마약을 구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지인이나 주변에서 마약을 권하는 경우도 흔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마약상들의 집중적인 소위 ‘작업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현지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마약상들은 북한에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맑게 하고 몸에 힘이 솟는 정력제라고 속여 마약을 공짜로 맛보게 한다음, 중독자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마약을 구입하게 만든다고 한다.

북한에는 돈이 있어도 향락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마약 중독이 늘어나는 주요한 원인이다. 장사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통제와 감시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쉽게 잊게 해주는 것이 바로 마약이다. 북한에서 마약과 함께 도박, 매춘이 성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쉽게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병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기몸살과 설사를 만나도 약이 없다 보니 마약을 사용하게 된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약들은 대부분이 가짜이거나 그 약효가 미미한 저질약품들이다. 이는 중국 상인들과 북중무역업자들도 인정한다. 효과가 좋은 약제들은 가격이 비싸 북한에 가져가도 팔기가 쉽지 않다. 북한 상류층은 중국에서 직접 약품을 구매해 사용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료용으로 마약을 사용하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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