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20세에 사회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심장(감정)이 없는 사람이고, 40세가 되어도 아직 사회주의자로 남아 있으면 두뇌(이성)가 없는 사람이다.”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후에 점진적 사회주의자가 된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서양에서 마르크스주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고집쟁이들을 이같이 풍자했다. 이 말은 인류 역사에서 실패로 끝난 사회주의 이론을 아직도 좇고 있는 한국 좌파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2009년 헌법개정을 통해 ‘공산주의’를 아예 삭제해 버린 북한은 사실 좌파 범주에 속하지 못한다. 사회주의와 하등 관계없는 북한이란 블랙홀에 빠져 전근대적 세습독재를 옹호하고 있는 한국 종북(從北)세력이 좌파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국의 첫 공산주의자인 이동휘에서 남조선노동당 박헌영을 거쳐, 조선노동당 2중대라 빗대어 불리는 민주노동당 이르기까지 90년 한국 좌파를 조망한 원로학자 오병헌 교수의 ‘한국의 좌파(기파랑)’ 책이 최근 출판돼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과격 좌파가 견지해 온 이념은 160년 전의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엥겔스가 내걸었던 무산계급 혁명이며, 자본주의의 해체 및 자유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파괴는 그 실천 목표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긴 세월 동안 이론적인 면에서 하등의 발전도 변화도 없었던 것이 한국 좌파가 걸어 온 길”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좌파’의 정의는 폭력혁명을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와 북한의 남한공략에 동조하는 소위 종북파 세력을 뜻한다.
그는 한국 좌파의 무책임한 파괴주의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를 세워야 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대해 “재벌을 해체하고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제도는 한국에서는 완전히 정착한 지 오래 되었으며 이를 해체한다는 것은 사회와 국가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좌파정당의 정강, 정책을 보면 국가의 소멸을 암시하는 문구들이 수없이 보인다”면서 “그렇게도 국가를 미워한 레닌이 10월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다음에 국가를 없애 버렸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소련은 국가권력을 크게 확정하였으면 했지 그 권한을 줄이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무산계급 혁명이 성공해 사회주의 사회를 세운 일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레닌의 러시아 혁명은 병사·농민·노동자의 선동으로 무능한 정부를 붕괴시킨 폭동이었고, 모택동의 중국혁명도 봉건 농업사회를 무너뜨린 운동으로 자본주의 경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특이한 변혁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무산계급 혁명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노동자와 자본가 두 계급뿐만 아니라 중산층이 생겨나 양자간의 대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혁명론은 자본주의의 붕괴를 원하는 개인적 희망이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만약 마르크스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문헌만 뒤적거리지 말고, 며칠 동안만 노동자들의 사는 곳을 찾아가서 그들의 생활비와 임금을 비교했더라면 혁명 이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의 좌파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이론도 없고 논리도 없이 비틀거리는 좌파에게는 김정일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타도라는 타성적인 행동목표를 지양하는 것이 우선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또 “(북한) 실제가 이러한데 좌파는 계속해서 북한의 현실에 눈을 감고 김정일에게 박수만 보낼 것인가. 또는 있는 사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행로를 찾아 나설 것인가. 이것은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좌파 자신이 풀어야 하는 역사적인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