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남북장관급회담 예정대로 열릴까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6월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9월 13∼16일 백두산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12일이 시작되는 주에 북핵 6자회담이 열릴 예정인데다 최근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놓고 북한의 비난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달 23∼25일 열린 제6차 남북 적십자회담이 전후 납북자 문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고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축소 조치를 취한 것도 최근 남북관계에서 긍정적인 흐름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8월22일부터 9월2일까지 이뤄진 한미 합동연습인 UFL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다.

UFL이 연례연습인 만큼 이에 대한 북한의 비난 역시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는 비난의 형식과 내용이 예년과 다소 달라진 양상을 보이는 게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올해는 지난 달 13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에서 UFL에 대한 비난이 시작돼 외무성을 거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까지 이어졌다.

특히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이 비난 담화를 낸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조평통의 UFL에 대한 반응도 종전에는 연습 시작 이전이나 직후에 이뤄진 반면 올해는 종료와 동시에 지난 2일 나왔다는 점도 특이한 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 비난 대상에 대한 표현도 종전에는 ‘남조선 호전세력’이나 ‘남조선 군부’가주류를 이뤘지만 이번에는 ‘남조선 당국’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평통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밝힌 내용은 북측이 최근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측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즉, 조평통 대변인은 “우리는 기성관념을 타파하는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했을 뿐 아니라 남측이 요청하는 문제들에 대해 대범하게 다 받아줬다”며 “그럼에도 남조선당국이 미국과 함께 북침전쟁연습으로 대답한 것은 우리의 성의와 호의조차 짓밟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이번 전쟁연습이 6자회담 전도와 북남관계에 미칠 부정적 후과(악영향)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계 악화의 징조라기보다는 한 번 짚고 넘어가는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보는 판단이 우세한 편이다.

UFL 연습계획이 북측에 통보된 시점이 지난 달 10일이었고 그 후 서울에서 열린 8.15축전 남북 당국간 행사가 잘 끝났다는 점은 이런 판단에 무게를 실어준다.

당시 서울에 온 북측 대표단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국회까지 처음 방문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우리측에 UFL을 놓고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오는 7일 개성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이 예정된 점도 대화의 흐름에는 큰 이상이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기술적인 측면에서 장관급회담이 당초 합의된 일정대로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시기적으로 12일이 시작되는 주에 6자회담이 속개되면 장관급회담 개최와 겹치기 때문에 나온 관측이다. 내부적으로 회담 라인은 다르지만 북측이 양대 회담을 동시에 꾸려나갈 수 있겠느냐는 시각인 것이다.

앞서 지난 달 30일 북측은 장관급회담 장소를 삼지연공항 활주로 공사 지연을 이유로 백두산에서 평양으로 바꾸자는 입장을 지난 달 30일 우리측에 통보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장관급회담의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