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남북장관급회담 의제와 의미

평양에서 13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될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은 기존 합의사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행이 부진한 부분, 특히 장성급군사회담 재개 문제와 전후 납북자 문제를 협의하는 데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합의사항을 점검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한 뒤 깜짝놀랄 만한 새 의제의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크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3개월의 공백기 끝에 6월말 열린 제15차 회담이 ‘6.17평양면담’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았다면 이번 회담은 전반적인 흐름을 점검해 뚫린 분야는 확대발전시키고 막힌 곳에는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2단계 4차 6자회담이 베이징(北京)에서 같은 날 속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양자 회담이 6자회담 쟁점 해소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의 의제는 제15차 회담 공동보도문을 되짚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12개항의 합의사항 가운데 ▲8.15 당국 대표단 파견 ▲8.15 화상상봉 실시 ▲북관대첩비 반환 및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사업 추진 ▲농업협력위 구성 및 운영 ▲북측 민간선박 제주해협 통과 ▲대북 식량제공 등은 이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반면 제3차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와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 등 인도주의 문제 협의’ 부분에는 큰 진척이 없다.

장성급회담의 경우 애초 백두산에서 열되, 날짜를 쌍방 군사당국이 직접 정하도록 합의했고 이후 7월과 8월 장성급군사회담 실무대표회담도 열렸지만 택일(擇日)에는 실패했다.

북측이 그 이유로 백두산 삼지연 일대의 도로공사 지연을 비롯해 회담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6자회담의 경과를 지켜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우리측은 장성급군사회담이 경제분야에 집중돼온 남북관계의 무게 중심을 군사분야로 확대해 경제.군사가 균형을 이루도록 이끌 수 있는데다 한반도 평화구축을 향한 실효성 있는 합의를 낼 수 있는 자리인 점을 감안, 조기 개최를 집중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15차 장관급회담의 합의에 따라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된 사람들의 생사확인 등 인도주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월 말 제6차 적십자회담이 열렸지만 전후(戰後) 납북자 문제에 대한 벽을 넘지 못하면서 합의문은 채택되지 못했다.

남측은 전쟁시기 뿐 아니라 그 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사 확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북측은 대상범위를 전쟁시기 행불자로 한정하고 일반 이산가족 범주 내에서 해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냉전의 잔재를 털어내고 과거사를 화해하기 위해서는 전후 납북자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적십자회담에서 양측이 원칙적으로 공감했던 이산가족 화상상봉의 정례화나 서신교환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해 5월 제14차 회담 당시 의견접근을 본 사회문화협력분과위원회 구성 문제와, 6.17 평양면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감했던 남북 직선항로 개설 추진안도 다시 논의될 공산이 크다.

또 서해를 이용한 ‘ㄷ’자형 항로 대신 육지 상공으로 똑바로 운항하는 직선항로 개설 방안이 논의될 경우 남북 항공협정 체결 문제까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 이후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축소 조치를 취하고 개성 및 백두산관광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우리측이 당국 차원의 대북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이 민간 사업자의 문제라며 일단 선을 그어놓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금강산관광이 남북경협 3대사업의 출발을 장식한 상징적인 사업으로 장기적인 사업위축이 남북협력의 전체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북측이 우리측 경제 및 기업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경협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해소할 수 있는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사중재위 구성.운영합의서는 7월 제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합의에 따라 지난 달 5일 발효한 상태인 만큼 기구 구성으로 넘어가야 할 단계에 와 있다.

북측에서는 한미 간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이밖에 15차 회담부터 원형 테이블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달라진 회담 문화가 평양에서도 이어질 지도 관심사로 꼽을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6자회담과의 연계성이다. 6자회담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비록 북측의 외교와 대남라인이 별개여서 한계가 있겠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장관이 우리측 수석대표로 평양에 머물며 베이징 상황에 맞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이 같은 기대를 낳고 있다.

실제로 당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평양과 베이징을 실시간 연결하는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정동영 장관 역시 최근 한 특강에서 “평양에서 남북 채널이 열려 결과적으로 6자회담을 옆에서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정 장관-김 위원장간 재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면담과 이에 따른 ‘플러스 알파’ 효과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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