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누나 얼굴 그대로네”

“누님 보니까 딱 알 것 같아요. 아주 틀림없네. 16살 때 누나 얼굴이 보여요”

“너희도 모습이 그대로 있구나. 아버지 모시느라 수고가 많지? 잘 모셔다오”

28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4층, 장윤조(95) 할아버지 가족이 50여 년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전쟁 중 고향 황해도 연백군에서 가족을 데리고 피난을 내려오던 장 할아버지는 전쟁 통에 아내와 큰 딸 현숙(70), 둘째 딸 연숙, 막내 아들 창하(57)씨와 헤어지게 됐다.

큰 아들 준하(65), 원하(59)씨만 데리고 용매도를 거쳐 인천으로 내려온 장 할아버지는 50여 년 동안 한시도 북에서 헤어진 아내와 자녀를 잊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와 남동생을 데리고 강하게 살아온 큰 딸 현숙씨와 자신을 빼 닮은 아들 창하씨를 만난 장 할아버지는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백발 노인이 된 현숙씨는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훔쳐내며 “아버지 많이 늙으셨구만요”라며 “돌아가신 어머니 환갑잔치 때 어머니, 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혼났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50여 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장 할아버지 가족은 헤어졌던 그 시절 얘기,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얘기를 꺼내며 추억을 되짚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5살이었던 막내 여동생 연숙이는 집이 폭격을 맞아 불타면서 세상을 떠났어요. 어머니와 남동생을 데리고 살아가느라 어깨가 많이 무거웠어요”

“네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될 뻔했니. 네가 정말 큰 일을 했다”

장 할아버지와 4남매는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