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상봉 결산…이산가족 고령화 심각

“하루라도 빨리, 한 명이라도 더..”

제14차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6.19-30)를 통해 394가족이 이별의 한을 달랬지만 아직도 10만 명 가까운 이산가족이 언제 올 지 모를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6.15 공동선언 6돌을 기념한 이번 상봉에서는 4회에 걸쳐 100가족이 상봉자로 선정됐지만, 보통 한 차례에 남북 100가족씩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

단순 계산에 의하면 10만 명의 이산가족이 한 차례 100가족씩 만난다면 앞으로 500회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

분단 반세기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 고령으로 인한 사망 또는 노환으로 인한 상봉 불발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으로, 상봉 횟수와 상봉단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상봉행사에서 한 회차마다 건강상 이유로 금강산행 ’상봉버스’에 오르지 못한 고령자가 평균 1-2명씩 나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9일 대한적십자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5월31일 현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5천627명 가운데 2만8천994명이 사망했다.

이산가족 100명 가운데 23명이 기약없이 상봉 순서를 기다리다 한을 품은 채 눈을 감은 셈이다.

신청 대기자의 연령대를 보면 90세 이상 2.7%, 80대 24.7%, 70대 43.1%로 집계돼 건강악화 또는 사망으로 인한 ’상봉불발’ 사례가 가속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매년 4천-5천 명의 신청자가 사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세 이상 사망자는 2만7천44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94%를 차지했다.

이번 특별상봉에서 남측 상봉 선정자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은 102명이었고, 특히 90세 이상도 14명이나 됐다.

북측은 80대가 24명이었고 90세 이상은 한 명도 없었다.

2회차 상봉(6.22-24)에 포함됐으나 의식을 잃은 양치한(89)씨의 딸 경희(41)씨는 “결국 아버지는 만나지 못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하루 빨리 가족을 만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경희씨는 아버지를 앰뷸런스에 태우고 속초까지 갔던 이야기를 전하면서 “상봉자 결정은 100% 추첨식이 아니라, 고령자를 우선 배려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그러나 “추첨과 관련해 이산가족 고령자들의 불만이 많지만 단순 추첨이 아니라 연령과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가중치를 준다”면서 “상봉 가족은 남북 적십자사 인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공정한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봉 대상자 인선기준에 따르면 직계가족과 고령자에 가중치가 부여된다.

가중치는 부모(6점), 형제자매(3), 90대 이상(19), 80대(15), 70대(5), 60대(2) 등이다.

이렇게 1차 선정을 거친 대상자 가운데 90세 이상은 2차 선정 과정에서 전원 포함된다.

하지만 연령별 가중치가 주어지더라도 고령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선기준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치매, 심장질환, 대소변 못 가림 등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대상자는 인선에서 제외돼 병상에서 상봉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할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마다 남북 100가족씩 만나는 지금, 절대적으로 많은 가족이 상봉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당장 대면상봉 규모를 늘릴 수 없다면 화상상봉이나 서신교환 등 ’간접상봉’이라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측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을 찾아내기 어렵다면 상봉대기자가 밀려 있는 남측의 가족이라도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남북 가족 ’100 대 100’이 아니라 ’200 대 100’, ’300 대 100’ 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제안이다.

남북이 적십자 회담을 통해 되도록 많은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왜냐하면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해당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을 열망하는 남북 한민족 모두의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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