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청소년 군중 앞에 세워놓고 “한국 드라마 퍼트린 죄인”

영상 및 정보 유통 겨냥...소식통 "교화소 처벌 받을 수도"

북한 노트텔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과 mp4.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지난 3일 양강도 혜산시에서 불법 녹화물 시청 및 유포와 관련한 군중폭로모임이 진행됐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집회에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성인여성단체), 직업총동맹(직맹, 노동자단체)에 소속된 주민들이 동원됐다. 아이들과 농민을 제외한 혜산시 성인 대부분이 집결했다는 것으로, 당국은 수백 명에 이르는 주민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혜산) 김정숙예술극장 앞에서 3일 공개폭로모임이 있었다”면서 “대상자는 총 17명으로 40대 남성과 여성, 20대 대학생, 14살짜리 중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보안서(경찰) 감찰과에서 나온 관계자는 ‘(이들이) 불순한 녹화물을 퍼트려 우리 공화국의 순수한 미풍양속을 어지럽혔다’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불순 녹화물’은 한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를 지칭한다. 북한은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비사회주의적 행위라고 간주하고 있다. 또한 당국이 ‘퍼트렸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시청하는 행위보다는 유포하는 행위에 더욱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영상물 유포자를 보다 엄격하게 처벌해 왔다. 단순 시청은 호기심에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행동으로 보고 ‘뒷돈’(뇌물)을 받고 훈방조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유포는 ‘의도성’이 농후한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선동’하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다.

북한 당국은 지속해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내부 주민들 사이에 한류(韓流)는 시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일단 유포자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관련 이상 동향을 보인 사람이 이번에 대거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는 “우리 인민의 감정, 정서에 배치되는 비도덕적 비문화적 풍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서 일고 있는 외부문화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또한 북한 내부적으로 주요 정치적 행사인 김정일 생일(2·16)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3·10)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사상 이반 등 이상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물 유포자를 대상으로 한 이례적인 군중폭로모임이 열리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더욱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처벌은 보안서 계호과에서 취조가 끝난 후에 나온다고 하는데, 주민들 속에서는 ‘단련대 6개월이나 교화소 1~2년은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면서 “뒷돈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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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