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이산가족 짧디짧은 개별상봉

이산가족들은 9일 오전 해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갖고 반세기 이상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날 개별상봉은 2시간 정도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상봉 후 붉어진 눈시울로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손을 흔드는 등 아쉬움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남쪽 가족들은 각자 준비해 간 시계, 달러, 옷가지, 약품 등을 전했고 북쪽 가족은 술 3병과 담배 2보루, 액자에 든 그림 등이 들어 있는 선물세트를 건넸다.

개별상봉에 이어 오후에는 금강산호텔에서 오찬이 마련됐다.

0…남측 김용순(75) 할머니는 1.4후퇴 당시 백일이 채 안된 아들을 안고 내려오느라 데려오지 못했던 딸 최성애(58)씨에게 꽃신을 선물했다.

김씨는 “엄마가 꽃 고무신 사서 올게”라며 칭얼대는 딸을 달랜 기억을 잊지 않고 54년만에 약속을 지킨 것이다.

김씨는 “어린것을 떼어놓고 나오려니 걸음이 안 떨어졌다”며 딸에게 연방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꽃신을 받아든 최씨는 “세상이 엄마와 나 사이를 갈라놨지 누가 갈라놨겠나”며 어머니를 다독였다.

김씨는 “얼굴 생김새가 우리 집안을 닮았다”며 반백이 된 딸의 얼굴에서 예전 똑똑하고 예뻤던 모습을 더듬었다.

김씨는 이제 남은 소원은 북녘 손자들을 만나보는 것이라며 “만나고 싶다고 다 만날 수 있나. 지금은 딸을 만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지만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

0…김대식(82)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부인 조서운(78)씨와 막내딸 김종옥(56), 막내 여동생 김소애(65)씨와 만나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김씨는 팔순이 된 부인과 50대 후반의 막내딸의 손을 어루만지며 “여자 손이 왜 이리 거친가”라고 묻었고 딸 종옥씨는 “먹고 사는 것 걱정 없으니 걱정 마시라”고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0…동진호 납북자인 정일남(49)씨는 오찬 도중 어머니 김종심(72)씨의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추기도 했다.

정씨가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자 북녘 가족까지 모두 일어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또 국군포로 가족인 차종진(54)씨는 북의 사촌동생들과 헤어질 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

차씨는 “이제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는데..내 가슴에 맞힌 한을 너희는 몰라”라며 오열했다.

북한의 국군포로 수용소에 수용됐다 북쪽에서 가정을 꾸린 작은 아버지 차삼조씨의 아들 형건(48).영건(45) 형제도 사촌형을 달래다 눈물을 훔쳤다.

차씨는 이어 “통일이 돼야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어”라며 “우리 셋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한 번 불러보자”고 권했다.

차씨 사촌형제가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자 다른 가족들도 하나 둘 일어나 합창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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