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 이모저모

0…제1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6일 오전 남북의 가족들(남 441명.북100명)은 금강산 해금강호텔에서 개별 상봉을 했다.

북측의 심상학(79)씨를 만난 남측의 누나 상순(82.여)씨 가족들은 5일 단체상봉에서 못다 나눈 이야기를 하느라 개별상봉 2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매는 6.25때 헤어지기 전 각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는데 상학씨는 북측에서 초등학교 교장과 장학사를 역임했으며, 누나인 상순씨도 남측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해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레 교육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상순씨는 내년에 팔순을 맞이하는 남동생을 위해 작지만 소중한 선물을 준비해왔다면서 속옷과 금반지를 건넸다.

상순씨는 또 여든을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컴퓨터 워드프로그램으로 남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해 반세기 넘게 그리워 한 남동생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상순씨는 지난해 서울 체신청 주최로 열린 ’어르신 정보활용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을 정도의 컴퓨터 실력을 지니고 있다.

0…“어머니 제 잔을 받으세요.”

어머니의 제사상에 잔을 올리던 북측의 유성열(71.남)씨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개별상봉을 하기 위해 6일 남측 가족들의 숙소를 찾았던 성열씨는 방안에서 뜻밖의 제사상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이날이 바로 남측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삿날이었던 것.

남측의 가족들은 북측의 둘째 아들 성열씨와 함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사음식을 미리 준비해 왔다.

6.25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갔던 성열씨는 북측에 살며 한번도 어머니의 제사상에 술을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날짜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전쟁당시 함께 북측으로 끌려갔던 첫째 아들은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성열씨가 제사를 모셔야 할 처지였다.

그동안 남측에 남아 있던 막내 아들 순열씨가 제사를 모셔 왔으나 북측에 있는 형님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이번 제사상에는 사과와 배, 포, 밥, 대추, 떡, 약과 등이 정성스레 올랐고 밥과 탕국은 해금강호텔 측에서 준비했다.

어머니는 성열씨의 생일이면 항상 밥을 떠 놓고 북측의 아들을 기다리다 돌아가셨다는 말에 성열씨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천하의 불효자식이었는데 이제야 술 한잔 따르게 됐으니 평생의 한을 풀었습니다”며 오열했다.

0…반세기만에 아버지를 처음 만난 남측의 아들 고주천(52)씨는 6일 개별 상봉에서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씨는 “아버지가 처음 나를 봤을 때는 아들이 맞는지 확신을 못했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씨는 유복자인 탓에 작은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있었는데 아버지가 알고 있던 자신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과 달랐기 때문이다.

아버지 희영(80)씨는 자신을 빼닮은 아들의 이마를 찬찬히 흝어 보고서야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챘다고 털어놨다.

얼굴도 몰랐던 뱃속의 아들을 55년만에 만난 아버지에겐 아들의 얼굴 윤곽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담아두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을 정도.

아버지 희영씨는 아들과의 만남을 위해 인삼주와 담배, 금강산이 그려진 액자 등을 준비했다.

0…북측의 박창희(74)씨를 만난 남측 가족들은 6일 오전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55년전에 헤어진 기억을 더듬어 일가 친척들의 안부를 묻고 흘러간 세월을 돌이켜 보았다.

동생 광희(61)씨는 미리 준비해 간 카메라 등으로 형님과 가족 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광희씨는 이날 형님으로부터 인삼술과 북한산 담배 ’려원’ 두보루, 청자 도자기, 테이블보, 액자 등을 선물 받았다.

동생 박정순(57.여)씨가 준비해 간 선물을 건네자, 창희씨는 “참 고맙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남측 가족은 이날 개별상봉에서 창희씨가 북측에서 살아온 얘기를 듣고서야 안심했다고 말했다.

창희씨는 한국전쟁 이후 월북한 뒤 7년간 군대생활을 하고 철도대학 운영학과를 졸업했으며 20년간 운수업종에서 차량관리업무를 맡았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창희씨는 동생들에게 내가 그 동안 장남 노릇을 못해 너희들에게 미안하다며 다음 설에는 내가 주는 이 술을 부모님 산소에 갖다 드리라고 당부했다.

0…북측의 리광현(75)씨와 6일 오전 해금강호텔에서 개별 상봉한 남측의 막내 남동생 광훈(56)씨는 태어난 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게됐다.

광훈씨는 아버지 대신 큰형님이 대신 이름을 지어줬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들었다며 “오늘 이 만남을 지하에 계신 부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며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가족을 위한 합동제사를 갖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현씨는 술과 북한산 고사리, 송학 액자, 영광담배 등을 선물로 받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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