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흘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올해 1~2월이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은 2일 ‘북한의 제7기 5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일단 우려했던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 정세는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일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원 탄핵심판, 미 국무부 대북협상팀 진용 정비, 미 재선레이스 등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걷혀야 대북협상에 대한 집중력이 살아날 수 있다”며 “1~2월에 한국과 미국이 북미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북 메시지’와 ‘선언적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은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미, 남북 간 군사적 긴장 메커니즘으로 빠져들었던 과거의 패턴에 미뤄볼 때 통상 2~3월에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이 정세 관리의 핵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통일연구원은 이번 전원회의 전체 보고와 결정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정면돌파’라고 꼽으면서 “제재 장기화에 버티면서 제재의 부당성을 알리고 흔드는 대내외 전략 수립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면돌파전’은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제재를 부각하는 슬로건의 형식으로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통일연구원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미 협상전략의 변화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였던 ‘대북제재 해제와 비핵화 동시 교환’에서 한층 높아진 구도 설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해야만 제재를 풀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응해 외교적인 공세와 대미 공략법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사실상 한국에 제공되는 미국의 핵우산 제거까지 포함하는 북한식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로 이동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연구원은 “‘비핵화 대 안전보장’ 구도는 전략무기 개발의 정당성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세와 국면에 따라 압박용으로 전략무기를 현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이 전략무기의 정의를 모호하게 처리한 점은 미국의 반응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통일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사업의 전반적 문제를 가감 없이 밝히고, 성과나 전망보다 지적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점을 또 다른 특징으로 거론했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경제사업에서의 당과 행정의 오랜 갈등구조, 경제난 이후 특권경제의 구조화, 짧은 기간 과도하게 펼쳐놓은 국책건설사업 등이 변화하는 경제 현실과 충돌하는 데서 나타나는 난맥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경제의 ‘장기전 체제’로의 전환, 자력강화를 위해 큰 틀에서 사업방식을 바로잡겠다는 취지가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김 위원장의 지적과 해법 제시는 국가 관리와 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비공식경제부문에 대한 통제·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주민들의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국가와 시장의 연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통일연구원은 “한편 주목할 부분은 경제 발전 10대 전망목표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대목인데, 올해 종료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이은 새로운 경제발전 목표로 보인다”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1993년 이후 당국 차원의 전망목표가 수립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그 실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