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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1일 “올 12월 북한이 ‘불능화’에 합의하면 그때 북한에 가서 ‘비핵∙개방∙3000’구상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인터넷매체와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가 어떻게 도와서 (북한)경제를 자립시킬 수 있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완전히 핵폐기시 실천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차기 6자회담에서 영병핵시설에 대한 불능화가 합의되면 북측과 본격적인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불능화’란 2.13합의에 따른 북한 핵시설을 상당기간 가동이 어렵도록 만드는 조치로 본격 핵폐기 이전 단계에 해당한다. 또한 불능화 이행도 아닌 합의 단계에서 비핵개방 3000프로젝트를 북측과 협의할 경우 사실상 참여정부에서 진행돼온 경협이나 지원사업이 계속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남북간에 진행되고 있는 지하자원개발 협력이나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차기 정권에서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커 이 후보가 주장해온 비핵 상호주의와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의식해 대북접근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 대변인은 “기존 핵폐기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불능화가 조건이기 때문에 나중에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불능화는 핵폐기 초기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를 가지고 본격적인 비핵화로 인식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불능화(dis-ablement)에서 더 나가 폐기(dis-mantle)까지 완전히 보장되는 단계에서 대북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비핵∙개방∙3000은 핵문제가 해결되면 지원이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핵을 포기하는 인센티브를 제안한 것”이라며 “핵을 포기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북한 유인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수해지원 등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경제적 자립이다. 먹을 것, 입을 것만 제공하면 북한은 자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先비핵화 後경제협력’이라는 조건부 대북정책을 밝히고 있는 이 후보의 ‘신 한반도구상’이 햇볕정책과 뚜렷한 차이가 없어 ‘MB식 햇볕정책’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후보는 “참여정부의 ‘무조건 퍼주기’정책과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는 구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후보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비핵와와 관계없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도 “지나친 인권문제 제기로 인해 남북간의 관계문제가 악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협력에 대해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하나가 되어 정권을 교체할 것”면서 “박 전 대표와의 구체적 협력은 당의 비밀이고 전략이다. 다만, 아주 강력하게 뜻을 같이 해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 간담회에 앞서 안병직 여의도연구소 신임 이사장과 이 후보의 면담이 진행됐다.
이날 면담에서 안 이사장은 “통일이 중요한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김정일은 통일하려고 하면 겁이 나서 문을 꼭 닫고 있을 것이다. 또 현재 남북한의 차이로 인해 혼란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선진화’가 대한민국 국정 제1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과 사업을 같이하는 것을 ‘진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햇볕정책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도와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탕만 자꾸 주고 매는 안 드니까 북쪽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이 후보처럼 사탕과 매를 동시에 구사해야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