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 착수하는 북핵 불능화 虛와 實

이르면 다음달 1일 북핵 불능화 이행팀이 방북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전인미답’의 단계인 핵시설 불능화가 곧 행동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에 따라 연말을 목표시한으로 설정한 불능화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그 의미는 무엇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어떻게 진행되나 = 북핵 10.3 합의에 따라 연말까지 1차적으로 불능화할 시설은 영변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제조공장 등 3개다.

각 시설들의 구체적 불능화 방법에 대해서는 일단 북.미간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6자 수석대표 차원에서 공식 확정될 예정이다.

실질적인 불능화 작업은 미국 주도로 이뤄진다. 에너지부 전문가들 위주로 구성된 미국 전문가팀이 불능화를 진행하고 초기 비용을 미국이 부담키로 참가국들간에 양해가 돼 있는 상태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불능화 과정 중간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지만 피폭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불능화의 실질적 이행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핵무기를 해체한 경험이 있는 미국에 의해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불능화를 위해 빼낸 부품은 북한 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는 6자회담 참가국의 감시 하에 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 당초 의미 퇴색된 불능화 = 곧 진행될 불능화는 당초 2.13 합의때 참가국들이 구상했던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애초 2.13 합의에 명시된 불능화는 핵시설 가동중단과 폐기의 중간단계로서, 말 그대로 핵시설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었다.

2.13 합의 후 한 북한 매체가 `불능화’를 `임시 가동중단’으로 표현하자 당국자들은 “북 대표단은 황소를 거세하는 일에 비유했다. 북한도 `되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것으로 개념 규정을 하고 있다”면서 불능화는 다시 복원하기 어려운 수준의 조치가 될 것임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되돌이킬 수 없는 불능화’의 시한은 1년이다. 일단 불능화를 하면 `1년 동안은 복구할 수 없는’ 상태의 불능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폐기나 다름없는 강도 높은 불능화를 하려면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능화 수준을 놓고 협상을 길게 끌고 갈 여유가 없다는 게 한.미 당국자들의 논리였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 “불능화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몇 달 더 교섭하기 보다는 핵폐기를 앞당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불능화를 대체할 핵폐기 관련 협상을 하는 만큼 불능화 수위에 집착하기 보다는 불능화라는 `목표지점’을 연내에 돌파함으로써 핵폐기로 가는 정치적 동력을 조기에 마련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한 북한이 마음을 바꿔 핵시설을 재가동하려 해도 복구에 1년이 걸리는 만큼 핵폐기 협상이 진행될 내년 한해 동안은 북한이 플루토늄 추가 생산과 같은 도발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논리가 결국 일이 잘됐을 경우만 상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북측이 지난 해 핵실험 이후 보유 핵무기와 플루토늄을 포기하겠다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누구도 내년 최종 핵폐기 협상의 성공을 쉽게 낙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어온 협상이 내년 다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터에 `계약파기시 1년 복원 불가’라는 불능화의 효력이 북한의 `판깨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또한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을 통한 `도발’은 즉각 하지 못하더라도 보유한 플루토늄을 사용한 추가 핵실험 등의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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