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에 헤어진 형님 63년 만에 봅니다”

“11살 때 헤어진 뒤로 돌아가신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낸 형님이 살아계신다니, 꿈만 같습니다”
금강산에서 열리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할 고재현(74.대구 서구 내당동)씨는 21일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헤어졌던 친형 고재학(77)씨를 6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만주에서 살던 고씨 가족은 광복 이후 고향인 경북 성주로 내려오기 위해 짐을 쌌지만 당시 14살이던 형은 혼자 학업을 위해 만주에 남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남북 간 왕래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기 때문에 잠시만 헤어져 있으면 다시 남쪽에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남북 간 왕래가 끊기고 6.25전쟁이 터지면서 고씨 가족의 기대는 60여년 세월에 묻혀버렸다.

고씨는 형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북에서든 만주에서든 살아있기만을 기도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형의 소식을 들을 길이 없어지자 형의 제사를 지내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왔다.

형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으나 명단에 들지 못한 고씨는 이번에는 북측의 형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형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고씨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상봉 행사 안내문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부인과 아들 부부, 손자까지 데리고 형님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을 만나면 63년 세월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듣고 싶다는 고씨는 “형님도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을 몰라 답답했을텐데, 이번에 만나면 두 손을 꼭 잡고 그동안 못 나눈 형제간의 우애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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