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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13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남한 국민들의 대북관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그로부터 7년 후 2007년 10월 2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노무현-김정일의 두 차례 정상회담 이후 ‘10.4 선언’이 나왔다. 7년 전 6.15 선언의 복사 확대판이다.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경협이 중심이 된 10.4 선언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이 책 ‘반갑습네다 리선생!'(어문학사)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2000년 6.15 선언 이후 전개된 남북관계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복잡한 이론서가 아니다. 때문에 신뢰가 가고 이해하기 매우 쉽다. 또 햇볕정책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북한의 현실에 비추어 선명하게 제시된다.
저자 이종헌씨는 15년간 국회에서 외교.통일.국방 담당 보좌관으로 일해온 정책 전문가이다. 현재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실 보좌관으로 있는 그는 북한을 10 차례 다녀왔다. 이 책은 총 8개의 주제에 걸쳐 이 보좌관이 발품을 팔아 보고 느낀 북한의 생생한 현실을 담았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무엇이 문제인지, 국회 정책보좌관으로서 현장을 분석하여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해놓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북 쌀 지원부터 남북법제까지 최근 ‘6•15 시대’의 남북관계 각 부문을 현안 위주로 정리하였다.
주제는 대북지원, 인터넷, 관광, 교류, 협력, 위협 또는 평화, 인권, 통일법제 등의 8가지다. 정부와 국회가 그 동안 고민하고 다룬 대북정책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는 현 시점의 남북관계 현황과 부문별 진행 정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대북 쌀 지원에 대해 “북한에서 ‘도적질’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우리는 남북간 합의된 정량을 싣고 북으로 가지만 정작 북한이 집계한 하역량은 매번 부족한 것으로 기재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직접 2003년 쌀 인도 요원으로 남포항에 들어갔을 때도 남한에서 3단계에 걸쳐 최소 5개 기관의 상호 점검과 검수가 끝난 쌀 지원량에 대해 북한측은 369 포대, 약 15톤에 이르는 쌀이 부족하다고 검수를 하고 싸인을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의 군인, 관료들이 이미 빼돌리고 난 뒤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빼돌려지는 쌀이 지금까지 약 수천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쌀은 배고픈 북한주민들에게 분배되어야 할 쌀인데, 관료들이 빼돌린다.
저자는 이 때문에 남쪽에서 쌀을 선적하기 전에 남북이 합동으로 검수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선상 인수인도 방식의 취지를 살려 북쪽의 하역 검수를 생략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우리가 2002년부터 연례적으로 제공하는 40만 톤의 쌀은 연리 1%, 10년 거치 30년 상환의 차관 형식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추후 이를 돌려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북한은 이렇게 받은 쌀을 차관 상환금 적립(?) 명목으로 북한 주민에게 유상으로 판매한다. 사실 우리 정부가 북한 정부에게 매년 1억 달러 이상씩 재정보조를 하는 셈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대북 쌀 지원 방식을 아예 무상원조로 하고 북한주민에게도 무상으로 분배하도록 바꾸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한다. 이와 함께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군량미 전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쌀 지원 외의 여러 가지 다른 대북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남북협력기금에 대해 여태껏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해 왔으며 0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빚을 내서 대북지원을 하게 되는 만큼 정부가 재원조달 정책을 마련해 놓은 뒤 대북지원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또 북 핵문제, NLL 문제, 북한 인권문제도 다루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통일이 된 이후를 고민해 보게 만드는 ‘통일법제’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이 주제는 한반도의 앞날 문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남북 경협과정에서 숨겨진 일화와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증언은 읽는 재미를 준다. 중간중간 ‘단고기’(보신탕) 등 북한의 음식, 상품, 남북 최초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에피소드, 금강산과 평양 관광 중 만난 북한 사람과의 대화가 흥미를 더해준다.
대북 쌀 지원, 금강산 관광, 6•15 민족대축전 등 저자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들도 북한의 오늘 모습을 전해준다.
이 책을 읽은 김정명(명지대 3년)씨는 “저자가 직접 북한에 다녀와 풀어낸 이야기가 인상적”이라며 “대북정책의 여러 문제를 경험에 입각하여 제시하고 있어서 신뢰가 같다”고 말했다.
지나간 경험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인식의 거울이다. 6.15 이후 7년을 다룬 이 책은 그런 점에서 ‘10.4 선언’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