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월급도 많죠” 北인권 변호사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없어지면 다른 평범한 변호사들처럼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도유망한 20대 미국 변호사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며 번듯한 자리를 마다한 채 대북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지혜(28.여)씨도 원래는 비슷한 또래 젊은이들처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늦깎이인 셈.


그가 북한 문제와 본격적 인연을 맺은 것은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 들어간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변호사는 5일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국제법을 공부하는 곳이라는 말만 듣고 대학원 북한인권법학회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북한 문제를 공부하는 곳이었다”며 “원래 생각하던 것과는 좀 달랐지만 발을 빼지 못하고 말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후 미국 로스쿨로 유학 간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석했다가 북한 인권 운동을 오랫동안 벌여 `탈북자의 대모’로도 잘 알려진 수전 솔티(51.여) 디펜스 포럼 대표를 만나 느낀 바가 컸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한국에서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직접 만나보니 나도 북한 인권을 위한 일을 한번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년 6월 워싱턴D.C.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미련 없이 귀국했고 때마침 북한 정치범수용소 폐지를 목표로 활동하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 상근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주저 없이 이곳을 택했다.


이 변호사는 일을 시작하자마자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국내 여러 단체가 함께 결성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고발하는 준비 작업을 주도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북한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반(反)인도 행위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에 있음을 호소하는 장문의 고발장을 영어로 작성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 국제공화연구소(IRI) 의뢰를 받아 강제 북송을 경험한 탈북자들을 심층 면접하고 100여 명분이나 되는 설문지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그의 몫이었다.


이 변호사가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이 같은 활약을 하면서 받는 보수는 고작 매달 100만원.


하지만 그는 “넉넉지 않은 후원금이 거의 제 월급으로 다 나가는 본부 사정을 빤히 알기 때문에 지금 받는 돈도 많이 부담스럽고 그만큼 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이 단체 김태진 대표는 “이 변호사가 함께 일해줘서 우리로서는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이 변호사 같은 인재가 우리와 함께 일해주는 것도 기적이고 사정이 빠듯한 우리 단체가 100만 원씩이나 월급을 밀리지 않고 주고 있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며 웃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