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어머니, 57년만에 北아들 만나 통곡

“어머니 종석이가 왔어요” “고생은 했지만 살아줘서 고마워요”

제 15차 이산가족 2회차 상봉행사에 참여한 남측 가족들은 12일 오후 금강산에 도착한 뒤 점심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상봉장소인 온정각휴게소에서 꿈에 그리던 북측 가족들과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6.25전쟁 중에 행방불명 됐던 외아들 리종석(76)씨를 만나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휠체어를 타고 나온 100세 고령의 최옥련 할머니는 반세기 넘어 만난 아들을 보자마자 “종석이, 종석이”라며 통곡했다.

종석씨가 “어머니 종석이가 왔어요. 알아보시겠어요”라고 인사하자 죽은 줄 알았던 외아들을 살아서 만난 것이 믿기지 않은 듯 상기된 얼굴을 한동안 풀지 못했다.

종석씨도 “어머니를 57년만에 만나게 됐다”며 감격했고, 남측 누나 종순(79)씨는 “어머니는 말도 못하게 외아들을 기다렸다”고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을 털어놨다.

아침마다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최 할머니는 종석씨가 북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오랫동안 경제학을 가르쳤고 3남1녀의 자녀를 뒀다고 소개하자 안도하며 “며느리, 아들은 안왔냐”고 묻기도 했다.

또 6.25전쟁 중 동생 김원도(80)씨의 전사통지서를 받고 죽은 줄 알고 50여년간 제사를 지내온 남측 맏형 원준(88)씨는 북측 동생을 보자 손을 꼭 잡은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원도씨도 감격스런 표정으로 울먹이며 큰형과 함께 온 여동생 양순(77)씨와 남동생 원섭(70)씨 등에 부모님 생사를 물었으나 “돌아가셨다”는 대답에 허탈해 했다.

원도씨는 빨간 천에 싸 온 훈장들을 보여주며 “6.25때는 …”이라며 자신의 행적을 설명하려 했으나 남측 동생들은 “됐어요. 건강하게 잘 살아 계셨잖아요”라며 ‘과거 얘기’를 가로막고 ‘지금 얘기’를 나눴다.

전쟁 당시 뱃속에 7개월 된 아들을 가진 채 남편 류기풍(75)씨와 생이별 했던 남측 이사연(76)씨는 ‘곧 돌아오겠다’는 쪽지만 남기고 인민군에 징집된 지 57년 만에 만난 남편에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위로했다.

홀로 아들을 대학교수로 키운 이씨는 “처음 임신했을 때 ‘아들이든 딸이든 끝까지 가르치자’고 했었다”며 “약속을 지키려고 온갖 고생을 다했다”고 전하자, 남편 류씨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류씨도 아내를 잊지 못해 37세가 돼서야 재혼을 해 남매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고 소개하며 떨리는 손으로 아들과 손자 이름을 준비해온 종이에 적기도 했다./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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