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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인권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현재까지 정부는 물론이고 북한인권 연구자와 활동가, 그리고 인권단체들의 뚜렷한 견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납북자 가족단체와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북한인권문제의 회담 의제 선정을 촉구하였다. 회담에서 남측이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제기했으나 북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의 의사를 전달하는 식으로 언급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일부 단체에서 실망과 항의를 표시하는 성명서가 발표되었지만 대부분 그러한 결과를 예측했었기 때문인지 반향은 크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한의 중요한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전기가 될 수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인권 문제의 국내외적 전개방향에 대한 검토와 진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남북한 특수의제와 북한 내부의제로 구분할 수 있다.
남북 특수의제는 남북한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사안으로써 국군포로, 납북자(전쟁시기, 전쟁 이후 시기, 외국인), 이산가족, 비전향 장기수를 의미한다. 북한 내부의제는 북한내부에서 발생하였고 문제 영역이 북한내부에 국한된 것을 의미하는데, 정치범수용소, 종교박해, 공개처형, 고문, 식량 및 보건의료, 인신매매, 송환 탈북자 및 잔여가족 처벌 등을 들 수 있다.
남북한 특수의제와 북한 내부의제는 문제 발생의 원인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인권개선을 위한 접근과 방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이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의제 선정 요구는 남북한 특수의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주로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가족단체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반면에 북한 내부의제에 대한 이슈화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일반 시민단체와 인권단체 그리고 국제적 인권단체와 국제기구들이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한국 대선 과정에서 이슈 약화
정상회담 이후 북한인권 문제의 전개방향은 한국의 대선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의 주요 행위자인 정부와 정당, 그리고 인권단체들은 대선 결과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적 개입과 결정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인식 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 발표 이전까지는 신정부에 제시하거나 요구하고자 하는 주장과 로드맵을 구성하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역시 새로 등장하는 정부와 관련협상을 추진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대선 이전까지는 북한인권 관련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기는 어렵다. 대선 과정에서도 각 후보 진영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제시하여 국민적 관심사항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북한인권 문제는 이념적 지향성을 표출하는 중요한 지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각 대선 후보 진영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인권문제는 대선 이전까지는 제한적인 수준의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는 국내적 상황과 국제적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북한인권 관련 가족단체 및 보수주의적 단체들은 공세적 문제제기를 통해 향후 총리급 회담과 실무급 회담(장관급 회담, 적십자 회담)에서 주요의제로 선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북한내부 의제에 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거나 문제제기 시점의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극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와 시민사회의 문제해결 의지와 개입수준은 대선과 향후 총선 결과에 의하여 한국사회의 대북 이념적 지향점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북, 미일과 관계 정상화 이전 인권문제 최고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구조는 한국의 대선 결과보다는 북한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해결과정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성과를 올리고 북·미 및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전개될 경우 북한인권 문제는 양국 간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양국 국교수립 논의단계에서 북한인권 개선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 높다. 설령 양국이 협상과정에서 선결조건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더라도 상당 수준의 인권개선 의지와 성과를 확인할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미국과 일본뿐만이 아니라 EU와 UN, 그리고 국제 NGO가 중요한 행위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속적으로 대북인권결의안 채택과 같은 압력과 인권 기술협력을 위한 대화를 병행하여 왔다. UN과 EU의 대북인권 정책이 변화될 개연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 대선 전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국보다는 UN과 EU, 그리고 국제적 NGO들에 의한 국제사회가 중심적으로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비록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이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의 해결에 난색을 보였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여야 한다. 특히 오는 11월의 남북총리회담과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의제화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과 종교박해, 그리고 인신매매와 식량부족 사태 등으로 넓혀 나가야 될 것이다.
특히 포괄적인 북한인권 개선 요구보다는 구체적인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인권활동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포괄적인 문제제기는 자칫 이념공세로 비춰질 수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문제제기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기 쉬울 뿐 아니라 자그마한 성과나마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