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된 민노당, 이젠 김정일 품 떠나라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후보가 TV 토론에 나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유행어다. 민노당은 당시 선거에서 비록 3.9%의 득표율에 그쳤지만 국민들에게 민노당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노당이 올해로 창당 10주년을 맞이했다. 민노당은 지난 10년간 나름 많은 성과를 쌓아 왔다. 창당 이후 처음 치렀던 200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2명을 포함한 13명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 그해 대선에서는 3.9%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2004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2명과 비례대표 8명을 당선시켜 그토록 염원하던 원내진출에 성공했다.


총선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18%까지 급상승해 정권 창출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풀어 올랐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81명을 대거 당선시켰다.



그러나 한껏 기대를 가지고 임했던 2007년 대선에서는 이전 대선보다 0.9% 하락한 3.0%를 기록했고, 2008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2명과 비례대표 3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현재 정당 지지율도 4~5%에 머물고 있다. 2000년 창당 당시의 지지율로 돌아간 것이다.



그렇다면 한때나마 20%를 웃돌던 민노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종북주의’(從北主義)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노당 내부에서는 그동안 주류세력인 자주파(NL)와 비주류인 평등파(PD) 사이에 종북주의에 대한 치열한 사상논쟁이 전개됐었다.



그러던 중 2006년 말 민노당 당원 2명이 포함된 간첩단 ‘일심회’ 사건이 터졌고,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서 자주파와 평등파 간의 갈등은 심화됐다. 이 와중에 2007년 대선에서 참패했고, 그 원인을 당의 종북주의와 친북주의 노선에 있다고 규정한 평등파가 들고 일어섰다.


그러나 당 쇄신을 위해 열린 대회에서 ‘일심회 사건 관련 당원 2명의 제명과 종북주의 청산’을 결의한 조항이 담긴 당 혁신안이 표결에 부쳤으나 끝내 부결됐다.



‘종북주의 청산’을 내건 혁신안이 당내 주류세력인 자주파 당원들에게 지지받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당 쇄신안 마련을 주도했던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은 평등파를 중심으로 한 당원들을 이끌고 집단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을 거듯한 민노당이 평등파 탈당 이후 2년 여 시간이 흐른 2010년 1월 26일 창당 10주년을 기념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종북주의에 대한 반성은 토론회 내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이날 자료집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분당의 책임을 진보신당에 떠넘기는 데 급급하고 있다.



민노당 부설 연구소인 새세상연구소의 최규엽 소장은 ‘민주노동당 10년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의 학술대회 발제문에서 “이북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에서 (평등파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되기 전의 특수한 관계로 볼 것인지,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볼 것인지? 한반도 전쟁을 막고 자주통일을 위해선 민족공조를 중심으로 ‘항미연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평등 쪽은 반대했고, 여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종북주의 논쟁까지 나아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평등파 대부분의 동지들이 통일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힐난했다.



최 소장은 북한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자주파와 평등파 사이의 시각 차이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이는 곧 평등파가 자주파를 버리고 민노당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반증이기도 하다. 



“북의 인권과 체제에 대해서 평등 쪽은 비판과 반대를 명백히 했고, 자주 쪽은 체제와 인권의 문제는 북의 민중들의 문제로써 그들이 판단하고 해결할 문제일 뿐만 아니라 통일과 외교의 대상에 대하여 정당으로서 그러한 비판과 반대 표명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조승수, 주대환 등은 2007년 11월 대선 기간 중 실제 ‘북을 군사 왕조집단’으로 비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체제와 인권의 문제는 북의 민중들의 문제로써 그들이 판단하고 해결할 문제일 뿐”이라는 부분이다. 바로 이 것이  북한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민노당 자주파의 시각이다. 평등파가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하는 그들이 통일의 한 축인 북한 민중의 인권문제는 “그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과 반대는 적절치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들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민노당은 스스로를 ‘노동자가 중심이 된 계급연합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그토록 강변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는 그 유명한 ‘공산당선언’을 떠올릴 필요조차 없다.


민노당이 진정 연대하고 단결해야 할 대상은 김정일과 조선노동당이 아니라 북한 민중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종북주의를 버리지 못한다면 10년 후 민노당은 이 땅에서 설자리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