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계획 하에 정보기관 3배 더 키워라

천안함 사태 이후 총체적인 안보태세 점검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대통령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이상우 의장) 첫 회의에서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재평가하고,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등의 대북 인적·물적 정보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재평가, 군 전력재편, 국방예산 증대, 국방개혁2020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유예 등 주요 외교안보현안 전반에 대해 앞으로 2개월 정도 정밀 검토하면서 향후 새로운 외교안보 시스템이 나오게 될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 위협 평가, 우리의 정보능력 평가, 한미동맹 및 주변국 관계, 국방개혁 2020 추진 현황, 국가안보의식 등 5대 안보의제가 논의됐다. 특히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응하는 ‘방어’ 개념에서 북의 도발 의지를 사전무력화하는 ‘억지'(抑止) 위주로 방위기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세워 달라”고까지 강조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 안보시스템의 전면적 개편 작업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농땡이를 부리면 반드시 후과를 맞게 되어 있는 법인가? 김대중-노무현 시기 국방태세를 ‘북한 위협’에서 ‘한반도 주변의 위협’으로 확장하고, 연안해군에서 소위 대양해군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시쳇말로 온갖 ‘폼’을 다 재더니, 서해에서 한방 얻어맞고는 제정신을 좀 차리게 되었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안보회의’)의 첫 회의 내용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구체적인 국방개혁은 국방선진화위원회에서 한다고 하니까, ‘안보회의’에선 큰 노선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앞으로 안보회의는 2-3개월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안보태세의 틀을 완전히 튼튼하게 바꿔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보회의에서 거론된 내용 중 다소 미진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정보’에 대한 분야다.


원래 ‘안보’는 문자 그대로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데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나라를 보수적으로 지키자, 진보적으로 지키자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라를 더 잘 지키자’라는 표현이 성립할 뿐이다. 

따라서 안보문제를 보수-진보로 갈라서 보려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를 제정신 가진 사람으로 취급하면 곤란할 것이다. 앞으로 만약 ‘국방과학 진보연대’ ‘평화안보 국민대책회의’ 같은 요상한 이름의 시민단체가 나온다면 십중팔구 그 배후의 또 배후에는 평양의 지시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나라를 잘 지키고 잘 발전시키는 데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정보’라는 것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국정원, 정보사 등에서 ‘정보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이들 기관이 국방, 외교, 통상, 금융, 재경, 문화 분야 등등에 세계의 중요한 정보들을 계속 뿌려주고, 민간과 정부기관이 이 정보들을 인프라 삼아 국가경쟁력을 총체적으로 키워가는 것이다. 일단 그런 시스템이 잘 구축되면 민간이든 정부든, 그 이후의 발전은 매우 빨라지게 되어 있다.


문제는, ‘정보’를 판단하는 주체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정보라도 어떤 사람은 보석처럼 사용하고, 어떤 사람은 싸구려로 처리한다. 다시 말해, 정보(intelligence, fact)란 쓰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천양지차가 되는 것이다. 


1,2차 세계대전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린아이들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갖고 공기놀이를 했다고 한다. 유럽 사람들이 그 공기돌이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 자빠진 것은 불문가지다. 남아공 어린이들은 그것이 다이아몬드인지, 돌인지 ‘가치 식별’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 분야를 깊이 파고 들어가면, 결국 ‘자신이 아는 만큼 판단’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정보란 ‘판단능력’이다. 아는 만큼 판단한다. 그래서 똑똑한 대통령을 만나면 정보가 국력이 되고, 띨띨한 대통령을 만나면 똘똘한 정보를 줘도 나라를 망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똑똑했는지 모르겠지만 역사에 이름 석자를 남기려는 욕심이 워낙 많았다 보니 그 욕심이 대한민국의 눈앞을 가렸고, 결국 남북 7천만 민족이 올바로 진보하는 데 뒷다리를 걸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보에 관한 한 결국 ‘띨띨했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의 첫 회의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첫째 국가정보원· 정보사의 인적· 물적 능력을 적어도 지금보다 세 배 정도는 더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4강 속에서 역사적으로 한번 대도약(quantum leap up)의 기회를 포착하는 중요한 경로가 될 것이 틀림없다. 간단히 말하면, 이스라엘의 모사드보다 훨씬 더 능력이 있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 길이 앞으로 10년 뒤 한반도에 살아갈 남북 주민들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명실상부하게 선진 국민으로 살아가게 할 첩경이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야 똑똑한 정보가 나오고, 그 정보도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사람 문제’인 것이다. 똑똑한 사람을 잘 뽑아서 잘 키우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와 사회발전에서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주변을 재점검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