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동선 유출·한류 확산’ 차단…양강도 보위국 통제시스템 강화

[김정은 집권 10년⑩] "中손전화 사용자 90% 이상 체포돼...비상 방역 명목 주민 탄압 가속화"

지난 10월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에 참석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로 원수복을 입은 김정은 사진과 ‘주체의 핵강국 미싸일 맹주국’ 구호가 걸려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최근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 매체들이 집권 10년 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선대(先代)에게 사용하던 ‘수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가장 잘 먹고 잘살았던 할아버지 호칭을 끌어다가 ‘인민애’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공포정치는 점점 강화되는 양태다. 법적 절차가 생략된 채 이뤄지는 체포·구금은 지난 10년 동안 쭉 이어져 오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연합지휘부(82연합지휘부)와 국가보위성 등을 내세워 주민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북중 국경 지역 중 한 곳인 양강도 보위국의 주민 감시와 탄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호’ 동선 사전 유출 차단 주력…올해 6월 양강도 보위국장 교체하기도

양강도는 국경지역이기도 하지만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 업적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더불어 김정일의 생가가 있는 지역이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은 생전에 백두산을 조선(북한) 혁명의 성지로 부각하면서 이 지역에 애정을 자주 표출하는 한편 겨울철에는 삼지연 특각(별장)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곤 했었다.

김정은 역시 집권 후 현지 지도를 명목으로 2012년 12월부터 올해까지 총 10번이나 삼지연시를 찾았다. 집권 후 1년에 한 번씩 양강도를 찾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양강도 시찰 때마다 1호(김 위원장) 동선이 사전에 유출되곤 했었다. 최고지도자의 동선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는 북한에서 대형 사건이 터진 셈이다.

이와 관련 데일리NK는 2019년 김 위원장의 양강도 삼지연시 현지 시찰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김정은 또 삼지연 방문한 듯… “13일 새벽 ‘1호열차’ 혜산역 통과”)

이 같은 유출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국가보위성은 중앙 지도부의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집권 후 양강도 시찰에 대한 ‘1호’ 정보의 잦은 노출로 양강도 보위국에 대한 국가보위성의 추궁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1호 행사 유출 책임을 물어 양강도 보위국과 안전국에 대한 집중 검열을 진행하는 등 기밀 유출자 색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위성은 올해 6월 양강도 보위국 국장을 전격 교체했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다.

‘1호’ 동선을 비롯한 국가 기밀에 속하는 내부정보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신임 보위국 국장도 바로 이 점을 주목했다. 그는 부임 열흘 만인 지난 6월 중순부터 그 어떤 이유에 상관없이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사용자들을 대대적으로 잡아들이라는 일명 제2차 ‘소탕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NK가 올해 1월~12월(10일 기준)까지 중국 손전화를 사용하다 양강도 보위국에 체포된 주민의 수를 추적한 결과 혜산시 88명, 김정숙군 47명, 김형직군 38명, 보천군 52명, 삼지연시 34명, 대홍단군 38명이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합 297명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중국 손전화 사용에 관한 감시와 통제가 된 지는 오래됐지만, 올해처럼 인정사정없이 마구 잡아들인 적은 없었다”면서 “양강도의 경우 중국 손전화 사용자 90% 가량이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중 일부 주민은 재판도 없이 반동(간첩) 혐의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으며, 또 조사 과정에 혹독한 고문 끝에 불구가 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은 주민들도 많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 삼지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가 2019년 10월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北당국, 한류 유통의 근원지 양강도로 인식…김정은 체제 위협 요소 차단

또한 외부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북한에서 북중 국경 지역은 한류(韓流) 확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북중 국경 지역으로 밀반입돼 평양, 평성(평안남도), 사리원(황해북도), 함흥(함경남도) 등 내륙지역으로 전파된다.

이 같은 전파력은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 많은 젊은 세대들의 사상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는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한류 유통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북중 국경 지역 주민들, 특히 중국 손전화 사용자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보위 당국 앞에 놓인 주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양강도의 경우, 2017년경부터 북·중 국경 지역에 최신 이동식 전파탐지기를 도입하고 전파 차단 및 현장 급습 등 대대적인 중국 손전화 사용자 색출에 나섰다.

2018년 초부터는 최신형 전파탐지기를 설치한 군용트럭을 공급해 3인1조, 2인1조의 원칙에서 24시간 거리와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는 ’소탕전’ ’섬멸전’의 구호를 내걸었다. 중국 손전화 사용자들에 대한 보위 당국의 감시와 통제는 김정은 집권 10년 중 가장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북·중 국경 지역 시, 군, 리 담당 보위원들에게까지 휴대용(손전화 크기)전파탐지기를 공급했다. 뿐만아니라 과거 중국 손전화를 사용하다 처벌을 받았거나 의심 대상자들을 3인 1인 감시 체계를 구축, 동선을 장악·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양강도 보위 당국은 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한류와의 전쟁, 정보 유출입을 막기 위한 전쟁을 치렀다고 할 만큼, 김정은 체제 10년을 다지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지난해 1월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비상 방역을 명목으로 주민 감시와 탄압을 사실상 명분화했다”면서 “향후 국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위 당국의 감시와 통제는 더 강화되면 강화됐지, 느슨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