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北주민에 남한 민박체험 주어보자

▲ 남한에서는 1만명 방북 계획 <사진:연합>

올해 초 어느 반미(反美) 작곡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평양에 가보세요’라는 제목의 노래를 게시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사는 게 힘들다 느낄 땐 평양에 가 보세요”라는 가사로 시작해 “평양에 꼭 가 보세요 고향가는 마음으로”라는 가사로 끝을 맺는 노래였다. 작곡자는 “제가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제물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 노래의 영향인지, 최근 들어 ‘사는 게 힘들다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남한의 민간단체들이 갑작스레 대규모 방북단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굿네이버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국제라이온스협회 등 모두 22개 단체에서 9천260여명의 방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1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다.

북 당국, 민족공조 사상전 효과 노릴 것

굿네이버스에서 접수중인 ‘평양 방북 대표단 모집’ 홈페이지를 보니, 2박3일 평양방문 일정이 소개되어 있었다. 첫날은 평양에 도착해 평양시내를 둘러보고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한 후 둘째 날은 칠골교회, 굿네이버스에서 지원하는 탁아소와 병원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기실 모든 일정이 끝난다. 셋째 날은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비용은 1백만 원. ‘경비는 협의 중이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덧붙어 있었다. 사람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는 경비다. 다른 단체에서 추진 중인 북한방문도 대개 이런 식의 일정에, 대강 이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다.

그 중 북측에 지급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물구입비 등 현지에서 지출하는 관광비용을 고려하면, 1만 명 방북 시 북한 당국에 최소 10억 원(1백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슴 뭉클한 민족애를 안고 북녘 땅을 밟을 방북단에게 화려한 ‘위장 쇼윈도’를 보여주고 북한 당국이 얻어낼 사상전(思想戰)의 성과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다.

북한주민에 남한 민박체험 주어보자

각설하고, 대규모 방북을 추진하는 민간단체들은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남한 국민들의 대북 적대감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직접 북한을 체험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자’는 의도에서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취지에 찬동하면서도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본다. 남한 주민 한 사람이 1백만 원씩 내서 북한에 한번 가보는 것보다도, 1백만 원을 북측에 주고 북한 주민 한 명씩을 불러오는 행사를 기획해보라고 말이다.

정말 정중하고 진지하게 제안해본다. 대규모 방북을 추진하는 민간단체들은, 올해는 1만 명 방북단을 모집했으니 내년에는 ‘1만 명 방남단’을 북측에 제안해보시라. 남한을 방문하는 비용은 남측에서 전액 부담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보시라. 체류와 관광 비용은 물론, 돌아갈 때 선물까지 한 보따리 안겨서 보내드린다고 해보라. 필자가 수년 전부터 제안해 오던 것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홍보를 해보시라. 북한 주민을 자기 집으로 초청해 6박7일간 숙식을 제공하고 관광 안내를 해주고, 돌아갈 때 애정이 듬뿍 담긴 선물보따리까지 안겨 보내줄 ‘1만 가정 모집운동’을 전개해보시라. 그런 선량하고 가슴 따뜻한 남한 국민이 1만 가정은 족히 된다고, 아니 10만 가정도 너끈히 채울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누추하고 외진 곳에 있지만 필자의 집부터 활짝 열어줄 용의가 있다.

그렇게 봉사를 하고도, 게다가 북측에 1백만 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정도 1만은 족히 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부담이 된다는 사람들이 많거든, 남북협력기금은 그런 곳에 쓰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싶다. 대북송전비용 ‘몇 십조’를 이야기하던데, 고작 ‘몇 십억’이면 되는 일 아닌가.

“사는 게 힘들 땐 서울에 와보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중하고 진지한 제안이다. 북한 주민 1만 명을 남한으로 모셔오자. 안방에서 한솥밥 먹으며, 아이들과 함께 축구도 하고, 주말에는 같이 야유회도 가보자. 특별한 정치행사를 만들 필요가 없다. ‘서민’들이 살아가는, 구수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쓴 소주 마시며 고민하는 가장의 모습도 보여주자. 고생하는 빈민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신새벽에 청소하는 미화원들의 땀방울도 보여주자.

감출게 무엇이고 꾸밀게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면 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라고, 정말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 비용이라면 아끼지 않고 쓰고 싶다.

평양이랑 금강산이랑 개성이랑, 나중에 백두산이랑, 그런 관광 백 번보다도 이런 관광 한 번이 낫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버스 타고 가면서 지나가는 동물이랑 원주민들 구경하는, 우리가 무슨 사파리(safari) 관광하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그런 북한관광은 이제 제발이지 그만두자.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불러오자.

“사는 게 힘들다 느낄 땐 서울에 와 보세요. 대구, 부산, 광주, 대전, 강릉 어디든 와보세요. …… 꼭 와 보세요. 고향 가는 마음으로.”

북녘의 동포들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다. 우리가 희대의 폐쇄사회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희망의 돌출구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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