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남북 비핵화회담 성사를 계기로 1년 7개월 만에 미북대화가 재개될 예정이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8일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김 부상의 방미 결과가 미북대화에 이어 6자회담으로 어이지는 분수령이 될 것인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김 부상의 방미는 지난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미북대화로서 3단계 방안(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 수순의 2단계 돌입으로 평가된다. 김 부상의 방미 결과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나 클리퍼드 하트 신임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ARF 직후 성명에서 “김 부상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에 나설 것이며, 그는 6자회담 재개 수순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화재개에 대한 진정성을 타진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도 이번 대화재개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6자회담 재개까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이 아직까지 비핵화 관련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또한 한미는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ARF의장성명에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북한으로 하여금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국제적 의무와 공약·규범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대화재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북한이 대화를 위한 대화나 지원을 받기 위한 대화에 임할 경우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6자회담이 열리면 바로 진전을 이뤄야 한다. 6자회담 전에 핵 활동 중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비핵화 의지를 북한이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이전 북한의 선(先)행동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 장관은 “이번 남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볼 수 있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느냐는 다른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이번에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의 확실한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미 행정부의 인내심 한계로 이번 회담이 6자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은 그동안 비핵화 대화에 앞서 先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천안함과 연평도로 대화가 전면 중단되자 남한 정부에 남북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해 왔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비핵화 관련 일정정도의 제스처를 취해야 6자회담으로 이어지겠지만 미국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언제까지 중국에 맡겨두기 보다는 이제는 직접 나서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이번 북미 대화가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