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년 2개월만에 북한인권법이 재상정됐지만 여야가 단 10분 간의 입장 발표 시간만 갖고 별도의 처리 절차 없이 마무리해 결국 요식 행위에 그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은 지난달 30일 여야 원내대표가 북한인권법안을 법사위에 상정, 논의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는 여야 의원 각 두 명이 의견발표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실상 표결과는 무관한 절차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재상정이 법안 통과를 위한 절차라기보다는 안건 상정 자체에만 의미를 둔 형식적 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토론자로 나선 신지호 의원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남북관계가 파탄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단세포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그 근거로 지난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도했던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사실을 제시했다.
신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북한민생인권법안’과 ‘북한인권법안’의 병합 심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북한인권법(안) 8조에 대북 인도지원 조항이 있다”며 “그것이 불충분하다면 민주당이 실효성 있는 북한지원 내용을 얘기함으로써 그것을 북한인권법에 담아내는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법이 아니다”며 “한나라당 스스로 ‘남한 내에 북한인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법’이라고 공식석상에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관련 ‘이것이 통일부로 가는 것은 부당하고 국가인권위에 해야 된다’며 국회의장에게 이 법을 계류시켜 달라는 의견표명을 했다”며 정부 부처간 이견을 부각시켰다.
북한인권법의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발로 끝나며 18대 국회 내에서 재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뚫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29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인권법을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신뢰를 못 받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면목으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겠나”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야당의 강한 반발 속에서도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던 것처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주도로 북한인권법을 강행처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주 의원은 또한 “북한민생인권법과는 논리적으로 같이 갈 수 없으니까 북한인권법에 야당이 얘기하는 북한민생인권법의 원칙을 담아서 얘기하자는 것”이라며 법사위 여야 토론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북한인권법과 관련한 향후 논의과정에 대해 “대안을 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건네줬다”며 “민주당에서 검토를 하겠지만, 지연책을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